중등인문학교


 지난 시간에도 영화를 봤는데 연휴가 겹친 이번 주에도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어쩌다보니 영화시간의 후기를 두번 다 제가 쓰게 되네요. 친구들에게 저번 주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원령공주> 사이에서 <원령공주>를 보자는 의견이 많아 <원령공주>를 보게 되었습니다!!

 원령공주는 제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쉽게 대답하기가 힘듭니다. 아시타카가 잘생겨서 일수도 있고 ^^… 산이 너무 멋있어서일 수도 있고… ^^… 물론 매력적인 인물들이 큰 몫을 하긴 하지만 그 이전에 제가 초등학교 시절 <원령공주>를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어떤 메시지가 컸던 것 같습니다. 그땐 정말 뭔지 잘 몰랐었는데이번에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해요. 친구들도 이 재미있는 만화가 무엇을 말하는 걸까 궁금했다면 한 번 읽어보기 바랍니다. 이번에도 이해하기 쉽게 인물에 대해 생각해보며 따라가기로 해요

 

1.     에보시

 가장 먼저 에보시에 대해 말해보기로 합시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간상 중에서 가장 친숙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에보시는 여자입니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요? 에보시가 타타라 마을에서 인정받는 이유는 부정이 탄다는 이유로 제철소에서 일할 수 없는 갈곳없는 여자들을 거두어 일할 수 있게 해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나병으로 보이는 환자들을 거두어 보살피고 일을 주는 사람이죠. 쉽게 말해 한 마을을 이끄는 수장입니다. 제철로 마을을 먹여살리며 하나의 국가를 꿈꾸는 야망가죠. 제철소가 크기 때문에 타타라 마을을 노리는 세력도 한 둘이 아닙니다. 제가 마을의 여자였다면 에보시를 정말 존경스럽게 생각했을 거에요. 그리고 에보시였다면, 자기가 일궈낸 마을과 사람들을 아끼고 보호하고 싶은 것은 당연할 겁니다.

 

2.     신들

 기본적으로 <원령공주>의 세계관에는 영물처럼 보이는 자연의 신이 있습니다. 그 신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죠. ‘자연을 표현하는 것으로 대신되는 이 신들을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 원숭이, 사슴, 맷돼지타타라마을 주변 산의 신들은 에보시를 증오합니다. 제철소에서 만든 철로 자연을 파괴하고 자신들을 위협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에보시를 향한 분노뿐 아니라 인간 자체에 대한 분노로 번져갑니다. 에보시가 총으로 쏜 멧돼지신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재앙신이 되어 서쪽에서 동쪽으로, 아시타카의 마을까지 가게 됩니다. 아시타카를 만나 죽기 전까지 그 먼 길을 달려오며 재앙신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3.     아시타카

북동쪽 마을에 살고 있던 한 (잘생긴) 소년 아시타카는 재앙신을 물리치는 과정에서 오른팔에 재앙신의 저주를 받게 됩니다. 아시타카는 이런 신들의 존재에 익숙한듯 보입니다. 오른팔의 저주를 풀기 위해 재앙신이 된 곳을 향해 떠납니다.

아시타카는 여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마을을 침략한 무사들, 옆마을에서 만난 중, 쌀을 나눠주던 사람, 등등마을 밖을 벗어난 아시타카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을 만납니다.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더 이득을 취하기 위해 눈을 번뜩입니다. 그 과정에서 몇을 죽이기도 하죠. 하지만 타타라마을 사람들을 살려줘서 마을에 들어가게 됩니다.


4.    

 그 과정에서 한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이누족의 인 산이죠. 분명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산은 신 못지않게 인간을 싫어하며 에보시를 죽이고 싶어 합니다. 모습은 인간이지만 자연과 같은 입장을 가지고 있는 소녀는 과연 누구일까요? 산을 인간이라고 불러도 좋은 걸까요? 아니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음에도 자연의 신이 키운 딸이라고 인정해야 할까요?

 산은 지난 시즌 중 배웠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인물입니다. 산이 누구인지가 중요할수도 있고,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죠.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산의 정체를 정의내리려 할수록 정의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산은 분명 자연과 인간, 양쪽을 모두 가지고 있는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5. 영화의 끝은?

 이러한 인물들은 각자의 위치를 가지고 결정적인 갈등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갈등은 생명과 죽음을 모두 지닌 신, 시시가미 신을 죽이려 하는 욕망으로 시작되죠. 목이 잘린 시시가미는 목을 찾기 위해 타타라산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듭니다. 좀 섬뜩하죠... 다른 신처럼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서로를 이갈며 상대했던 자연과 인간. 아시타카는 이 사이에 끼어서 그만 서로를 증오하라 합니다. 이런 중립충같은... 그걸로 해결이 되느냔 말이에요. 그렇지만 아시타카는 잘생겼고 틀린 말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욕심이 없는 인물일 뿐이죠. 자연 또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뺏기기 싫고, 인간 또한 자신이 살 수 있는 곳을 지키고 싶어합니다. 인간과 자연은 살아있는 만큼 서로의 영역에 침범할 수밖에 없는데, 자연과 인간은 영원히 가까워질 수 없는 걸까요.


 저는 이게 이 영화의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연과 인간은 가까워질 수 없는걸까? 당장 쉬고 있는 공기와 마시는 물, 쬐고 있는 햇빛, 내리는 비... 누구보다도 가까이 있으면서 서로의 영역을 위해 계속해서 다퉈야만 하는 걸까? 자연과 인간은 화해할 수 없는가? 물론 쉽게 결론내리기는 힘든 질문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자연의 힘으로 싸움을 종식시키고, 희망적인 결말을 맺습니다. 그러나 화해했다고 생각하긴 힘들죠. 에보시가 같은 방식으로 마을을 세우게 된다면... 똑같은 일을 겪게 될테니 말입니다.


각자의 인물들은 어떤 상태로 결말을 맞았나요. 한 쪽 팔을 잃은 에보시. 재앙신의 저주를 떨쳐낸 아시타카. 인간을 증오했지만 아시타카에게 마음의 문을 연 산. 마지막에 인간의 욕망을 접은 중... 어쩌면 친구들에게는 지난 번 <그랜 토리노>처럼 말끔한 결말이 아니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네요 ^^ ㅎㅎㅎ...


이음주에는 <희망의 궁리>를 읽고 만납니다. 다음주에 만나요!

분류 :
독서백편
조회 수 :
22
등록일 :
2017.10.11
15:13:44 (*.47.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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