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5호)청년목수 지원의 집과 자립

2015.03.11 06:51

봄날 조회 수:652

[Inter+view] 08


청년목수 지원자립

-석운동에서 보낸 두 번의 사계절




글 : 봄 날 








오늘은 청년목수 김지원씨와 함께 ‘집’과 ‘자립’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떨어져 나와서 어느덧 두 번의 사계를 보낸 그의 ‘석운동’을 찾아간 웹진팀은 생각보다 깨끗한 실내(우리가 오기 때문에 일부러 치운 것이 절대 아니라는 설명^^)에 놀랐고 생각보다 추운데 놀랐고 젊은이들이 살기만 하면 절로 예술공간이 되는 이 분위기에 압도됐습니다. 따뜻한 보쌈과 얼큰칼국수를 먹으며 연신 코를 훌쩍이던, 세 사람의 인터뷰 같지 않은 인터뷰...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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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은 언제? 오래전부터 계획하던 것? ‘독립’과 ‘자립’...질문부터가 헷갈리네...

-질문을 받고 나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자립’은 뭐고 ‘독립’은 또 뭘까. 확실히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분리되어 자신의 삶, 의식주를 스스로 책임진다는 점에서는 부모세대보다 요즘 우리들이 힘들어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자립이라는 것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만이 자립이 아니라면 그럼 무엇이 있을까? 살게 되면서 누군가에게, 특히 부모에게 무언가를 의지하다 보면 물리적인 것들은 물론이고 내 생각 자체가 어떤 틀 안에 갇혀 버리는데, 그런 것으로부터의 독립까지를 함의한다면 요즘 세대나 부모세대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독립을 하게 된 동기는 따로 있었던 건 아니고 나한테는 독립이 아주 자연스러웠다. 전역하면서 이미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아버지가 늘 스무 살이 넘으면 독립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기 때문에...대신 나는 혼자 살겠다는 생각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침 상익이(고등학교 동기)가 군대를 마치는 시점에서 같이 살면 서로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고...어쨌든 깊은 생각없이 나가보고 싶다는 마음도 앞섰던 것 같다. 마침 목공소에서 일년 정도 일도 했고(내 직장은 망하면 망했지 잘릴 일은 없으니까..^^) 모아둔 돈도 얼마간 있었기 때문에 저지른 일이다. 집을 구하면서 나는 원룸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원룸이라는 것은 그저 잠이나 자는 용도밖에는 없고 그런 거라면 굳이 엄마집에서 나올 이유가 없었으니까. 시끄러워도 괜찮은 곳, 공간은 넓어서 친구들이 놀러와서 자고 가도 되는 곳이 필요했다. 석운동은 그런 의미에서 천혜의 공간이다. 단, 교통이 너무 불편하다. 하지만 교통이 편하면 임대료가 비싸니까 우리 조건에서는 이만한 공간이 없다.


자립의 이상과 현실은?

- 막상 혼자 살아보니 모든 것이 생각한 것과 달랐다. 내가 경제관념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돈 계산은 틀리고 무조건 훨씬 많이 들어갔다. 월급은 들어오는 즉시 나가버렸고 집안일에 이렇게 많은 시간이 드는 줄 몰랐고 또 이렇게 자주 집안일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혼자만의 생활의 즐거운 일탈을 해보고도 싶었지만 실제로 시간이 없어서도 할 수가 없었다.(웃음) 그런데 자립하면서 나에게 의미있는 어떤 변화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전에 엄마집에 있을 때는 다 받기만 하고 주는 것이 잘 안됐는데 독립하고 나니까 찾아오는 친구들을 재워주기도 하고 파티도 열고 하면서 내 이웃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할까, 뭔가를 줄 수 있는 그런 인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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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파티를 여는 것 같던데?

-홈파티인데 사실 매달 한번씩은 계획을 짜서 열고 있다. 매번 주제를 정하고 분위기를 꾸미려고 애쓴다.(주제를 정하는 것도 좀 유치한데 이번에는 미국식 홈파티를 하면 다음에는 필리핀...뭐 이런 식으로 정한다) 나는 이 공간이 늘 사람이 바글거리는 공간이었으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한낮에는 텅 비어있는 공간이 아까운 생각도 든다. 


파티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

- 사실은 오는 사람들이 술만 사오면 되니까 별로 돈이 들지 않는다. 간단한 안주만 준비하고 공간만 제공하는 거다. 터키친구 얄츤도 아는 누나가 인천에서 연 파티에서 만났고 그가 석운동 파티에 오면서 친해지게 된 것이다. 친구들은 여기 파티를 아주 맘에 들어한다. 대부분 술은 술집에서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 맘껏 술마시고 떠들고 하니까...앉을 자리도 없고 환경이 좋지도 않은데 친구들은 그런 걸 더 좋아한다. 다닥다닥 달라붙어 앉아서 밤 깊도록 음악도 듣고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분위기 좋아지면 춤도 추고...


지원씨의 주변친구들은 ‘자립’의 정도, 자립의 속도가 좀 늦다고 생각하는데, 친구들은 자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파티에 왔던 친구들이 자립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 의외로 이우학교를 막 졸업한 아이들이 한번 이 공간에 와보고 진지하게 고민하곤 한다. 그런데 대학을 다니다 보면 일단 자립에 대해 일종의 ‘유예’를 불가피하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등록금도 내야 하고 용돈 버는 것도 힘드니까. 어쨌든 자립이 그 친구들에게는 삶을 사는데 중요한 주제가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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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소에서 일하게 된 동기라면?

- 엄마가 홍은전 선생님의 북콘서트 강의를 듣고 와서 말씀하시는데, 선택이라는 게 늘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매우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며 대단한 이유로 선택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내가 목공소에서 일하게 된 것은 군대에 있으면서 한 두 번 아르바이트를 한 것이 계기가 됐는데, 이 계기로 지금 내가 목공소에서 일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전역하면서 마침 목공소에 일손도 비고, 일정한 수입이 생긴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보였고 어느 정도 손으로 뭔가 만드는 것에는 자신도 있고 흥미도 있었다. 더구나 문탁에서 공부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이 선택을 어렵지 않게 만들었다.


공부는 어떻게 자립과 연결되는가?

- 고등학교 때까지 제대로 책을 읽은 적이 없다. <아홉 살 인생>이 전부. 고등학교 때는 소위 문제아였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공부라는 것이 재미있어졌다. 이런 내가 정말 놀라웠다. 군대다닐 때 무지 힘들었는데- 부조리함 같은 것들 때문에 – 병영 도서관에서 우연히 프레이리가 쓴 책 <교사론>을 펑펑 울면서 읽게 됐다. 그때부터 엄마한테 책을 보내달라고 해서 읽고 전역하면서 세미나도 하게 됐다. 사람들은 내가 좀 다르게 산다고 말하고 있지 않나? 그런데 이런 것을 다르다,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하고, 내 삶을 그대로 긍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야말로 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길위기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지원할 생각인가?

- 나는 문탁에서 충분히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이미 나의 삶이 문탁 없으면 안되게 됐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길위기금까지 받아야 되나, 남에게 양보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받고 싶기도 하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리저리 생각하고 있다. 만약 길위기금을 받게 된다면 나는 석운동 공간을 더욱 문탁과 가깝게 만드는 방향으로 어떤 제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금을 무작정 달랄 수는 없고 받기 위한 당위를 억지로 만들어낼 수도 없는 일이다. 먼저 석운동 공간을 문탁으로 깊게 끌어들이는 공론의 장을 만들고 나서 기금을 받아도 받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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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른 아이디어가 있나?

- 파지스쿨 기숙사?(하하) 사실 기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처음 생각했던 것은 석운동을 어떻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금액을 매달 받으면서 정해진 매체에 글을 쓴다든지 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길위기금을 통해 석운동 공간을 더욱 확장시키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 말하자면 석운동을 ‘제4의 마을공유지’로서 적극 개방하고, 교통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접근하게 만드는 방법, 문탁과 더욱 깊게 엮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다. 석운동 공간만이 가지는 특성을 키워내서 문탁으로 옮겨가는 방법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가령 석운동에 전시되어 있는 친구들의 작품들을 석운동과 문탁에 동시에 전시하고 판매하는, ‘석운동 갤러리’를 연다든가 하는 다양한 용법을 고민할 수 있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드는 생각은, 아무런 전망 없이 그때그때 자연스러운 선택에 의해 흘러온 스물다섯 인생의 ‘단단함’이었습니다. 마을청년 한 명의 힘도 크지만 그와 그의 공간을 중심으로 모여들 젊은 친구들의 힘은 폭발하는 무엇이 될 것 같습니다. 그 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지는 또한 그들의 몫이겠지요. 지금은 청년 김지원의 ‘가난한 자립’에 뜨거운 박수를 보낼 뿐입니다.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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