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14호)영웅에게 ‘취향저격’ 당하다

2015.07.16 06:18

새털 조회 수:680

[Inter+view] 11

영웅에게 ‘취향저격’ 당하다

: 특강을 준비하는 톰과 제리




정리 : 새털 | 사진 : 바로오늘









게으르니와 뿔옹, <주권 없는 학교팀>의 ‘톰과 제리’를 만났습니다. 이 커플이 최근 <청소년인문학 특강> ‘동서양 영웅의 탄생, 누가 진짜 영웅인가?라는 거창한 이름의 강좌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어서지요. 톰과 제리는 무슨 큰 뜻을 품고 게임과 먹방에 떡실신이 되어 있는 청소년들과 고색창연한 단어인 ‘영웅’을 이야기하겠다는 배포가 생긴 걸까요? 심지어 어벤저스의 아이언맨과 헐크도 빠진 영웅강좌라는데.... 과연 아이들이 강좌를 들으러 올까요? 심히 걱정스러워 두 사람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웹진)


문틈: 파지스쿨러들에게 특강을 준비하는 두 사람에게 궁금한 점을 얘기해보라 했더니, 여러 교사들 가운데 왜 하필 두 사람이 같이 하게 되었는가? 불화는 없었나? 궁금하다고 했다. 평소 두 사람의 사이가 안 좋나?

뿔옹 : 아... 내가 ‘불화의 아이콘’인가? 이런 조합이 결정된 건 매우 자연스러웠다. <주권 없는 학교>의 공부에서 글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주권 없는 학교> 블로그에 올라가는 글을 쓰는 글쓰기공작소가 운영되고 있고, 글쓰기를 통해 ’자기 정복‘이나 ’자기 브랜드‘를 갖는 걸 지향하고 있다. 세미나의 마무리를 에세이로 쓰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강좌로 만들자는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글쓰기공작소에서 매주 서로의 글을 검토하다 보니, 내가 공부하고 있는 그리스의 영웅들과 진달래와 게르으니가 공부하는 동양 고전의 인물들이 서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달래가 호메로스와 사기를 엮어보면 재미있는 강좌가 되겠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자연스럽게 나와 게으르니가 한 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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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틈 : 이번 특강에서 강조하고 싶은 ‘영웅본색’이 있다면?

뿔옹 : 내가 공부하며 좋아했던 영웅은 아킬레우스인데 행동하는 인간이며 감정의 표현도 자유롭다. 그런데 강의를 준비하다 보니 오뒷세우스가 달리 보였다. 오뒷세우스의 영웅적 면모보다는 ‘모험’이라는 주제를 주목해 봐야한다. 안정적인 길을 가려하고 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에게 계속 모험을 떠나는 오뒷세우스는 분명 낯선 인물일 텐데, 왜 그가 계속 모험을 떠나려 하는가? 그 행동이 만들어내는 역동성을 아이들과 함께 느껴보고 싶다. 동료 여섯을 제물로 바치고 괴물 스퀼라에게서 벗어난 오뒷세우스의 행동에 대해 ‘호/불호’의 평가가 갈린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한쪽은 스퀼라이고 다른 한쪽은 모든 걸 빨아들이는 카륍디스이다. 이 재앙 앞에서 오뒷세우스는 아무것도 하지 말았어야 했나? 이런 얘기를 나누고 싶다.

게으르니 : 문학작품인 <호메로스>와 달리 <사기>의 항우와 유방을 공부한다는 것은 비교적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 했던 ‘역사의 하중’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사람들은 마지막에 가서 승리한 유방보다는 항우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만큼 항우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단호하게 결단에 따라 움직이고, 병사들을 장악하는 힘이 탁월하다. ‘사면초가’는 항우의 일화에서 나온 고사성어인데, 사방에 투항하는 초나라 병사들이 널려 있는 형국에서 초나라 장수 항우는 그걸 힘으로 뚫고 나갔다. 대단한 힘이다. 항우와 유방은 평민 출신이다. 장기로도 남은 두 사람의 대결은 ‘누구나 꿈꿔보는 선망’ 같은 것이 있다. ‘아! 나도 내 힘으로 천하를 주름잡을 수 있겠구나!’ 하는. 이런 배포를 한번 가져봄직 하지 않은가?


문틈 : 두 사람에게 ‘영웅’은 어떤 의미일까?

뿔옹 : 나는 영웅보다는 스승의 의미를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영웅하면 떠올리는 슈퍼맨은 초능력이 있어야 한다. 슈퍼맨이나 아이언맨이 능력을 갖고 있고 정의로운 점에선 좋은데, 나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인물들이다. 내가 어떻게 초능력을 갖겠는가? 그보다는 내가 닮을 수 있는 스승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내가 호메로스의 영웅에서 보는 면도 영웅이라기보다는 스승이다. 아킬레우스와 오뒷세우스에게는 나와 같은 인간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인간이 위대함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영웅이든 스승이든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게으르니 : 영웅보다는 인간에 더 관심이 간다. 항우와 유방 모두 천하를 처음으로 평정한 진시황의 행차를 보며 선망을 품었다고 한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는 모두 행동을 추동하는 힘이 있었다. 그 가능성 앞에서 누구나 용감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결과로 주어진 승과 패처럼 두 사람은 많은 면에서 차이가 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나이가 24세와 42세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났고, 철없음과 노련함 등 기질상의 차이도 있다. 이런 두 사람이 5년 동안 라이벌로 자웅을 다퉜다. 어찌 보면 인간을 움직이는 동력은 ‘힘’과 ‘때’로만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과연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무엇인지 나는 탐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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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틈 : 특강을 신청한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

게으르니 : 영화 <초한지>를 보고 왔으면 한다. <초한지>는 영화로 여러 편 제작되었고, 최근판으로는 2012년도 것이 있다. 영화를 통해 인물들의 이름과 이미지를 갖고 오면 충분한 선행학습이라고 본다.

뿔옹 : ‘고전’이라든가 ‘공부’라는 것이 주는 압박과 부감감이 있다. 그런 선입견 없이 진짜 마음 편히 왔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청소년이 학교 수업 들으며 책을 읽는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부담 없이 와서 새로운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고전의 영웅들도 나와 다르지 않구나! 혹은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느낄 수 있다면 이번 특강은 성공했다고 본다. 책 읽지 말고 그냥 오세요. 줄거리부터 차근차근 친절히 알려 줄게요^^


문틈 : 이번 특강은 문탁의 청소년프로그램 중에서도 새로운 도전이다. 그간 우리는 아이들과 꾸준히 책 읽으며 글쓰기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이번 특강은 그와 달리 강의형이다.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게으르니 : 아마도 아이들에게 낯선 경험일 것이다. 학교와 학원에서 하는 수업과 다르고, 그동안 문탁에서 진행한 프로그램과도 다르다. 이 낯섬이 아이들에게 질문이 생기게 만드는 것, 그런 역동성을 갖게 하는 것이 바람이다. 어른 아이 상관없이 고전공부에 대해 의심을 갖고 있다. 좋은 말인데, 그게 진짜 실현될까? 하는 회의감이다. 아이들이 아무런 반응 없이 이문서당에 앉아 있는 것 같지만, 최소한 이런 질문을 가지고 앉아 있다. 맹자는 우리에게 ‘싹’이 있다고 말한다. 질문을 던지는 것, 나는 이것이 그 싹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본다. 이번 특강에서도 아이들이 각자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 그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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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는 톰과 제리 두 사람과 함께 공부한 적이 있다. 목청과 결기가 남다른 두 사람 덕분에 세미나는 늘 고성방가를 일삼았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영웅의 탄생’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신기하게도 두 사람 모두 영웅보다는 인간에 방점을 둔 영웅특강을 준비하고 있단다. 신기하게도 두 사람은 모두 너무 온순해진 요즘 아이들과 인간의 역동성을 느껴보고 싶단다. 그렇게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핏대 세워 입씨름을 하더니, 결국 ‘통한’ 구석이 있었나 보다. 화끈한 두 사람 ‘톰과 제리’의 열정적인 특강에 아이들이 많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잠시 잠깐이라도 스마트폰과 일심동체가 된 아이들이 동서양의 영웅들에게 ‘취향저격’당하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근데 두 사람 가운데 누가 톰이고 누가 제리일까?)|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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