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48호)"역시 축준위는 나랑 안 맞아"

2016.11.15 00:19

노라 조회 수:287

역시 축준위는 나랑 안 맞아




글·정리: 노라









우리가 곰댄스를 추던 그날부터 축제준비는 시작되었다. 대충 감이 온다. 올해 축준위에 들어 갈 사람이 누구일지. 올해 바쁘게 준비하는 축준위들을 보며 지금 내가 축준위가 아닌게 다행이기도 하지만, 그 노고를 익히 알기에 내년 쯤엔 나도 한몫 거들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빚진 자의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 마음은 축제 뒷풀이에서 고조된다.

 

5월 추장을 너무나도 잘한 지금은 다음 축준위원장으로 적격이라는 칭찬을 계속 듣게 되었다. 그녀는 5월 내내 모든 모임에 들어가 그들의 얘기를 들었다. 이 얼마나 훌륭한 추장인가! 세뇌의 효과인지 사양하던 그녀의 손사래가 줄어들더니 어느 순간부터 결심을 굳힌 듯 축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여행 중이어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지만,만장일치로 위원장에 뽑히는 유래가 없는 사례를 만들어 내었다. 그녀의 카리스마는 8명의 축준위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우리의 믿음과 응원을 단숨에 이끌어냈다.


처음 축준위를 제안 받을 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甲 - 어차피 나는 아는 것도 없으니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을 거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면서 도와주면 되리라 생각했기에 아주 가볍게 생각했다. 회의가 진행되었고 나는 분위기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회의와 카톡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갔으나 내가 할 수 있거나 내가 해야 될 일은 없어 보였다


그러다 한달 쯤 지나면 이렇게 생각한다.


乙 - 역할 분담을 보다 구체적으로 해서 축준위원들이 모두가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자고 했다. 주도적인 몇몇 위원들에게 일이 집중되면서 무리하게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생기고 다른 위원들은 소극적인 태도에 머무르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내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일을 같이 하겠다고 해놓고 나는 축준위 일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안이했던 태도가 보였고 축준위원들에게 미안했다. 부족한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모르는 것은 묻고 공부해서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다 축제가 2주 남은 때에는 이렇게 훈훈하게 정리된다.


丙 - 축준위에서의 나의 소극적인 태도는 문탁 네트워크에 대한 내 태도 전반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동안 문탁에서 누군가가 우리라고 하면 그 우리에 거리감을 느껴졌다. 축준위 활동에 대한 내 태도 변화는 곧 문탁에 대한 내 태도 변화를 의미했다. 축준위 활동을 내 일이라고 받아들이면서 나는 우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아직 문탁에서의 우리가 어색하다. 이제 축준위의 활동이 한달여 남았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우리가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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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축제 주제가 일상, , 수행이라 좀 새로운 시작도 있었다.


丁 -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여유있는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공부양이 더 많아졌지만 축준위 활동이 처음으로 해 보고 싶어졌다. 올해 축제 주제가 몸, 일상, 수행 이라는 것이 큰 이유인 것 같다. 작년 축제 이후 스스로 좋은 삶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戊 - 다른 해와는 달리 축준위들이 각 각 정한 수행까지 같이 하느라 어느 해보다 몸과 마음이 바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바쁜 일상이 번잡함이나 큰 스트레스로 오진 않는 것 같다. 나는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면 스트레스부터 받는 성격인데 이번 축준위 활동은 그렇지 않다. 이게 다 수행덕이라 해야 할까?

 

己 - 방탕한 생활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몸을 사유하면서 살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단식 이후 진지하게 몸에 대한 사유가 시작되었다. 그러한 사유가 쉽게 지치지 않으면서 나의 일상으로 스며들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던 차에, 마침 축제 주제가 이와 연관되어 정해졌다. 그렇게 나는 축준위가 되었다. 사실 시켜서 하긴 했지만 축준위를 하겠다고 한 것도 어찌보면 나에겐 큰 변화이다.

 

축준위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庚 - 나는 축준위랑 안 맞는다. 나는 내성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해서 관계를 맺는 일이 매번 버겁다. 말을 하는 것보다 집중해서 듣는다는 것이 더더욱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하는 공동체에서의 관계맺기... 그것을 축준위 활동으로 인해 전면적으로 해가는 느낌인데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버겁다.

 

申 - 해야 할 것들 중 제대로 하는 것 하나 없이 스리슬쩍 넘기고, 빵꾸내고, 포기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문탁에서 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모든 것을 뒤로 넘기고 대강하고 있었다. 나의 일상이 어긋나고 흔들렸다. 이런 사태를 통해서 나는 무척 용량이 적은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가지에 집중할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욕망에 대해서 전혀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도. 맘이 약해서 거절을 못하는 것 때문에 그냥 수락하면 나도 힘들고 타인도 힘들게 한다는 것도 알았다. 멋있게 거절하는 법, 나를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壬 - 내가 축준위 활동에 들어와 보니 다른 축준위들이 활동할 때 곁에서 봐 오던 이미지와는 달랐다. 매번 회의때마다 각 자의 의견들에 대한 이야기로 정신이 없다가도 어느 새 각자의 색깔들이 섞여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 낼 때 묘한 희열이 생긴다. 다른 단위의 활동들을 해 왔지만 축준위 활동은 또 다른 느낌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서로의 리듬을 맞추는 과정이 더 속도감있게 다가온다고나 할까. 축준위들이 서로 자신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들도 감동이다.

 

인터뷰를 위해 처음 들어가 본 ‘2016 축준위회의는 치열했다. 처리해야 할 안건도 많았고 수행이며, 강연이며 지난 축준위보다 배는 어려워보였다. 멈추지 않고 토론하던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2주 후의 축제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그들이 7월부터 회의하며 준비한 축제를 정말 큰 박수를 치며 참여하고 싶다. 그리고 그들이 청탁하는 글쓰기, 후기 쓰기 하나 정도는 걱정마세요. 제가 할께요하며 받아주고 싶다.|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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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그들은 활짝 웃고 있다. 조금 전의 치열한 논쟁을 잊고서

- 띠우. 담쟁이. 코스모스, 향기, 자누리, 지금, 씀바귀, 여울아,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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