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nter+view] 22

미처 알지 못하는 삶을 맞닥뜨리기 위해

계속해서 탈핵 퍼레이드를 합니다

- 나무닭움직임연구소 장소익 소장 (2017 나비행진 기획 및 총연출자)






 인터뷰 : 느티나무 , 정리 : 히말라야












여느 해보다 늦었던 2016년 축제의 마지막 날, 문탁을 찾았던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장소익 소장은 아직 마음속에만 있는 어떤 기획에 문탁이 함께 하기를 제안했다.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있었던 311일을 즈음하여, 반핵이나 탈핵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세상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퍼레이드를 만들어 볼 마음들이 그 때부터 여기저기에서 솟아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제안에 우선 문탁의 녹색다방 친구들이 퍼레이드 기획회의에 걸음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만한퍼레이드가 되기 위해서 더 많은 이들이 기획에 참여하기를 기다렸고 그런 만큼 처음 한 획을 그리기가 더뎠던 시간들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야 그 모습이 슬슬 만들어져 가고 있는, 후쿠시마를 기억하는 퍼레이드 기획 및 총연출자가 된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장소익 소장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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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후쿠시마를 기억하는 퍼레이드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2013년부터 매년 후쿠시마를 기억하는 퍼레이드를 해 왔다. 탈핵이 될 때까지 하자, 그냥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나처럼 탈핵에 관심을 갖고 탈핵을 염원하는 사람들이 10만 명쯤 되게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경주나 울진, 영덕 같이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그 곳으로 더 많이 오기를 바라면서 퍼레이드를 해 왔다. 올해도 할 생각이 있었는데, 작년 성남에서 하자학교 아이들에게 장다리를 가르쳤는데 그 곳 선생님이 나를 곁눈질로 보고 있다가 함께 해보자고 제안을 해 왔다.

2011년 후쿠시마에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났을 때 깜짝 놀랐다. 대학 다닐 때 반전반핵을 외치는 운동권 친구들을 보면서 뭔소리야 그랬는데 20년 뒤에 사고가 나니 그 때 친구들의 이야기가 다시 생각이 났다. 그 때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박근혜나 최순실 사건처럼 바로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사건들 독재타도, 광주민주화 항쟁 이런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문제에 대해서도 누군가는 생각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도 점점 더 많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올 해 퍼레이드는 어떤 의미를 갖게 되길 바라는가?

맨 처음 모여서 기획회의를 했을 때는 탈핵이라는 말을 썼었는데, 몇 차례 회의 끝에 이번 퍼레이드의 이름을 나비행진으로 정했다. 이름을 정할 때 힌트를 얻은 건 얼마 전 미국에서 있었던 여성행진(Women’s March)이다. 트럼프를 반대하는 시위행진인데, 트럼프 반대 행진이 아니라 여성행진이라고 이름 붙인 걸 보고 왜 그렇게 했을까 한참 고민했다. 생각해보면 최근 우리나라 박근혜 탄핵시위도 명칭은 촛불시위이다. 무엇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바라는 세상을 그리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이름이어야 하고, 그 행진의 주체인 사람들에 대한 어떤 의미가 담겨있기를 바랐다. 또 탈핵행진이라고 말하면 환경운동단체, 녹색당 같은 곳에서 하는 선입견이 작동한다. 조직에 속해있지 않아도 누구나 자연스럽게 끼어 들어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퍼레이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나비행진이라는 이름에 스며들어 있다. 문제는 여성행진처럼 행진(March)이 되려면 사람들이 몇 십만은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참여인원을 천 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그냥 행진만 하면 안 되고 길놀이를 함께 해야 한다. 길놀이는 행진과 달리 몇 백 명만 되도 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만들어지는 길이가 1킬로만 되도 몇 시간 동안 신나게 놀다가 갈 수 있다. 그래서 행진과 길놀이가 섞여서 퍼레이드식 행진이 될 것이고, 탈핵이라는 주제와 나비라는 주체가 서로 씨줄과 날줄로 엮이는 구성을 생각하고 있다.

 


문탁과 같은 인문학공동체가 나비행진에 함께하고자 할 때 해주고 싶은 가이드는?

내게 문탁은 무조건 증여론이 떠오른다. 탈핵은 굳이 분류해서 말하자면 공유재에 관한 이야기이고, 여기에 자의적인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물보따리를 들고 만나는 것이지 의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좀 더 나가면 우리 아이들과 미래의 문제다. 지금 드는 생각은 죽기 전에 탈핵이 되지는 못해도 탈핵이 선언되는 것이라도 보았으면 좋겠는데, 왜 그러냐고 이유를 묻는다면 정확하게 말로 설명하지는 못하겠다.

사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보면 내게 탈핵이라는 것이 아주 절절하고 눈물이 나는 그런 것은 아니다. 절절하게 내 삶에서 피부에 와 닿아서라기보다는, ‘미래라는 관념으로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탈핵은 내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서 인간의 문명과 관련된 것이고 아직 나의 이성이 그렇게까지 확장 되지는 못했다. 이것에 대해서 살아가면서 계속 더 공부해야하고 거기까지 이성을 확장해야 하는 영역이 아닐까 싶다. 내 삶과 몸 자체는 아직 거기에 못 미친다. 채식이나 동물권이나 성소수자문제나 에너지 사용 같은 것에서 나를 돌아보면 내가 나비행진을 기획하고 탈핵퍼레이드를 하는 것이 위선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지금 미처 모르고,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세계와 그런 삶도 있는 것이다.

예전에 위안부할머니 이야기도 작품으로 만든 적이 있는데, 작품을 한다고 해서 내가 어떻게 그 할머니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겠나. 하지만 그걸 맞닥뜨릴 용기와 그런 삶에 다가가고자 노력해 보고 싶다면 그런 작업을 할 이유가 있다. 처음에 전혀 이해하지 못하던 것이지만 배우로서 작품을 만들고 공연을 하면 할수록 그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고 다가갈 수 있게 된다. 상업적인 공연들은 그렇지 않지만, 원래는 삶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고 의문을 풀어나가는 것이 연극이고 공연을 해야 하는 이유다.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연극을 보면 신을 기다리는데 50~60년을 기다려도 신이 안 온다. 신이 왜 안 올까를 끝없이 고민해야하기 때문에 그런 공연은 계속 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런 작품이 인간의 역사에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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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문탁 축제에 와서 축제에서 무언가를 죽여야 한다고 말했었다. 이번 나비행진에서는 무엇을 죽일 계획인가?

탐욕을 태워버리고 싶다. 이번 행진에 원자력발전소가 등장하는데, 어떤 캐릭터가 그것을 끌고 가야할지 질문하고 있는 중이다. 함께 기획하는 사람들은 원전청소부, 악마, 저승사자 등 여러 가지 의견을 이야기 하는데 나는 탐욕왕이 끌고 갔으면 좋겠다. 그게 안 되면 탐욕왕을 묶어서 끌고 가고 신나게 두들겨 패고 마지막에 태워버리고 싶다. 근데 행진에서 뭘 태우면 불법이라고 안 된다고 해서 어찌될지 모르겠다. 올해는 탐욕을 다 태워버리고 싶다.

그런데 내가 탐욕이라고 하니 종교적이거나 윤리적으로 느껴져서 요즘 사람들이 안 좋아하고,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들 말한다. 왜 시스템이나 정치, 자본가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 심성의 문제로 돌리느냐고 내게 묻는다. 자본이나 시스템, 정치적인 것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하면 너무 명확해서 태울게 없다. 탐욕을 말하는 것이 네가 탐욕적이라, 원전이 생긴 거야라고 개인들을 단죄하자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그럼 원자력발전소를 끌고 가는 것이 정말 탐욕이 아닌가? 지금 나비행진을 함께 기획하고 제작하는 하자작업장 아이들이 대번에 하는 이야기가 자본가들은 그렇게 전기를 쓰는데. 우리가 전기를 좀 쓴다고 그게 무슨 죈가요?” 이렇게 이야기한다. 쉽지 않은 이야기다. 나는 그냥 단순하게 이야기하는 거다. 탐욕을 태우자, 탐욕을 죽이자.



후쿠시마와 같은 재앙을 일으킨 핵발전소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삶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인간은 모두 죽을 줄을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그걸 알면서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의 문제다. 미로에 갇혀 있고 그 안에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이 있어서 잡아먹힐 거라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거기에서부터 놀이하는 인간이 나온다.

핵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10만년 이상 간다는 핵폐기물 역시 끔찍한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간들 그리고 그 다음 세대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그것들은 죽지 않는 불사신 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나? 울기 보다는 이것을 갖고 놀아야 한다. 사람들을 괴롭히는 봉건권력이 안 죽으니까 탈춤이 나왔고, 일제가 안 죽으니까 각설이가 나왔고, 독재정권이 안 죽으니까 해방춤이 나왔듯이, 지금 핵발전소가 불사신처럼 안 죽으니까 나비행진이 태어나고 있다. 불가능한 꿈이어서 눈물은 나지만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그런 상황 속에서 더 춤을 추며 살아가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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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익 소장은 20대부터 연극을 시작했고 대학로에서도 잘 나가던 극단을 오래도록 운영하다가 10년 전에 돌연 청송에 내려와 현재의 <나무닭움직임연구소>를 열었다. 스스로에게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던 날들 중 우연하게 오래된 미래, 월든, 녹색평론같은 책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청송에 터전을 잡고 나서는 아무도 배우인 그를 찾아 멀리까지 공연을 보러오지 않기에,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공연은 어떤 것일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특별히 인위적인 무대나 장치를 하지 않는 일명 환경연극이다. 한 선배가 대추리에서 관객들이 없는데도 새, 구름, 죽은 혼들과 함께 혼자서 3시간짜리 연극을 하는 걸 보면서 이런 것을 한번 해보자 마음먹었다고 한다. 311일에 하게 될 나비행진역시 야외극이나 거리극 형식인 이런 환경연극의 일종이다.

이번 퍼레이드를 기획하면서 환경단체 활동가나 탈핵에 관심 있는 국회의원도 만났는데, 그의 눈에 비친 그들은 대중운동보다는 정치와 입법 활동에 더 중심을 두고 있었다고. 그런데 탈핵이 된 나라들을 보면 소수의 정치가와 입법자들의 생각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몇 십만, 몇 백만의 대중들이 먼저 관심을 갖고 먼저 움직였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장 소장은 말한다. 지금 환경단체의 활동가나 정치가는 그가 하는 이런 퍼레이드를 대중과 함께 하는 운동으로서가 아니라 단지 입법 활동을 위해 이용하려고만 하는 모습이 더 커서 안타깝고 그렇기에 그는 그런 사람들에게 기대거나 의존할 생각이 전혀 없다. 탈핵을 입법화하기 위해 정치권력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대중들의 생각을 모으고 거기에서 힘을 끌어내고 거기에 정치가 따르게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는 해마다 계속, 어쩌면 죽을 때까지 이런 대중과 함께하는 퍼레이드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그 길에 동참하면서 우리도 불가능함 속에서 함께 춤을 추고, 현재의 풀리지 않는 삶의 문제에 대해 함께 질문을 던져보는 것은 어떨까.|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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