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57호)슬픔의 역설적인 가능성

2017.04.12 07:38

청량리 조회 수:356

[특집]스피노자 친구들이 세월호를 말하다 

슬픔의 역설적인 가능성

    


 

정리 : 청량리

참석 : 달팽이, 꿈틀이, 띠우, 히말라야, 코스모스, 여울아, 뿔옹

    







 

세월호가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는 그것이 참사의 원인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외적인 원인에 의해, 수동의 정념에 의해 휘둘린다. 그러나 또한 적합한 원인을 알게 되면 능동적인 정서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래서 세월호가 인양되었을 때, 슬픔의 원인을 알게 되어 능동의 기쁨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또한 그렇게 되면 맞은편에 태극기를 들고 나온 사람들도 우리와 함께 어떤 공통개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에 대해 스피노자를 함께 읽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눴다.



태극기가 휘날리며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몽은 하나의 사건이지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경험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서로 다르게 구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감독은 그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왜 다르게 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사무라이의 시체와 마주한 사건의 진실은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 혹은 욕망에 따라 서로 다르게 진술된다.

탄핵과 구속으로 촛불태극기는 봄바람을 타고 다소 가벼워졌지만, 세월호의 문제에서 여전히 유의미한 단어들이다. 태극기를 들고 나온 사람들은 크게 두 축으로, 예를 들면 어버이연합과 일베, 나눌 수 있다. 그들은 경제개발의 논리에 적합한 부품이 되는 것만이 살아남는 것이었던 이들과 신자유주의 물결 아래 모든 것이 각 개인의 책임과 능력으로 평가되는 경험을 갖는 이들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세월호 참사는 어쩔 수 없는 사건이었고, 각 개인이 풀어야 할 아픔이다. 그래서 더 큰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서둘러 마무리 짓고 싶은 사건이고, 개인의 슬픔을 더 이상 타인에게 전가시키지 말아야 하는 지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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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같은 사건을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본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문제다. 한 명의 사람을 잃은 이의 슬픔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차가운 바다 속으로 내던져진 재난이다. 그래서 우리는 국가의 이익과 폭력에 대해, 각자도생의 방식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고자 한다. 선장이 구속되고, 선체가 인양되었지만, 슬픔은 여전히 깊은 곳에서 맴돌고 있다. 혹자는 유가족의 몫이라는 둥, 그들이 안아야할 삶의 무게라는 둥 여전히 사건과 슬픔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한다. 이런 라쇼몽적인 관점은 세월호 문제에 있어서 같은 사건을 다르게 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그것이 정당화 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여기에 스피노자적 질문은 그 한계를 함께 넘어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슬픔의 역설적인 가능성

자신에게 유용한 것들을 찾아내고 유지하려고 노력(conatus)한다는 점에서, ‘촛불태극기가 광장으로 나온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 각자의 입장이 서로 다른 것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것을 인정한다하더라도 우리는 그들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것이 당신들의 욕망이고 노력이라면 그것의 원인은 무엇인지, 그러한 노력으로 당신들은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는지에 대해서. 왜냐하면, 그들과 대화의 장을 만들고 세월호를 우리의 문제로 국한시키지 않기 위해서다. 그들이 세월호를 비판하고 외면하려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인 듯하다. 하나는 이제 웬만큼 밝혀졌고 해 줄만큼 했으니 마무리하자는 것과 다른 하나는 계속해서 슬픔과 마주하는 것이 이제는 힘드니 그만 잊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앞의 이유에 대해서는 지면관계상 팩트 체크에 넘기도록 하고, 여기서는 두 번째 이유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해보자.

우리는 약전을 나눠 읽으며 기억의 방석을 함께 만들면서 끊임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슬픔 속에 빠져있는 것과는 다르다. 영화 이웃집의 신이 산다에서 주인공 에아는 울 줄 모른다.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6명의 사도들의 눈물을 모으면서, 자신을 사랑하고 남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나와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것이며, 따라서 눈물은 슬픔과 마주하는 방법이다. 슬픔은 우리를 더 작아지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을 멀리하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외적인 원인에 끊임없이 휘둘리는 존재다. 특히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난 앞에서 슬픔의 정서는 커다란 파도와 같이 우리를 집어삼킨다. 밀려오는 슬픔을 양태인 우리들이 어찌할 수는 없지만, 역설적이게도 양태이기 때문에 마주하는 공통의 방법을 알고 있다. 다만, 파도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계속 노를 저어야 하듯, 슬픔 속에서 무언가 하고 있을 때에 우리는 그것을 마주하게 된다. 결국 슬픔 속에서 우리가 힘들 때는 그것을 함께 마주할 때가 아니라 혼자 외면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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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속이 확정되면, 세월호가 인양되면 슬픔의 원인을 알게 되어 이제는 기쁜 마음으로 광장으로 나아갈 것 같았다. 그러나 구속과 인양은 하나의 결과이자 현상이었으며, 나의 슬픔의 원인은 아니었다. 슬픔의 원인은 밖에 있지 않고 각자의 마음속에 다르게 자리한다. 그러나 함께 눈물을 흘리고, 함께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너를 통해 나의 슬픔의 원인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 슬픔의 원인을 알게 된다면 그것은 기쁨의 정서로 바뀌기도 한다. 얼마 전 광화문 나비행진 역시 그런 공통의 정서에 근거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너무나 큰, 직접적인 사건이어서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누구는 3년이면 됐다고 하지만, 30년쯤 되면 가능할까? 노란 배를 타고 기쁨의 노를 저어 함께 광화문으로 나아갈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틈|

    



 

p.s. 이 글은 스피노자 친구들과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한 글이다.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보다는 우리가 어떤 공통의 것들을 나누었지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인터뷰나 토크 형식을 따르지 않았다. 처음 세월호 이야기를 꺼낼 때는 역시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스피노자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나누고 나왔을 때는 왠지 모를 벅참이 있었다. 슬픔을 마주한다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된 듯한 느낌적인 느낌? 이틀이 지난 지금, 그 정서가 조금은 줄어들었지만, 그래서 자주 만나야 하나보다. 세월호도 자꾸 이야기를 해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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