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nter+view] 24

노숙자갓난아기와 같아서

 - '두바퀴희망자전거' 이형운 사무국장 



글 : 봄 날 









이 사람들은 독하지 못해서 노숙자가 되는 겁니다.”


이 한 마디 때문에 나는 서울역(사회적기업 두바퀴 희망자전거 이형운 사무국장)을 인터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밑바닥 삶을 살고 있는 노숙자들을 이끌고 자립과 인간의 존엄을 일깨우는 삶에 도전하는 그의, 일과 세상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었다.

 

“2010년 한 해만 제 곁에 있던 노숙자 25명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땀 썩는 냄새 때문에 백미터 앞에서도 노숙자를 알아본다는 그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이때였다고 회상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한계도 느끼고 그때까지 이루어 온 사업들이 무의미하게 여겨졌다고 한다. 그러나 2000년 사회복지사로 일을 시작하면서 만나온 수많은 약자들의 삶은 이제 그로 하여금 자신의 일을 거의 천직으로 여기게끔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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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평범한 사회복지사로 살았을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성공회재단이 운영하는 나눔의 집에서 빈민사무업무를 할 때 만났던 한 여인이었다. 그때 그는 집창촌의 아이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에이즈에 감염된 한 여인과 그의 딸의 신산한 삶을 목격하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이 순간을 그는 삶의 지폄이 넓어지는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노숙자 자활사업에 뛰어들었다. 2006, 2007년 경에 IMF로 인해 30, 40대들이 무더기로 노숙자 신세로 전락하면서 노숙자들 중에는 다양한 기술과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 이들과 함께 자전거 재활용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폐기된 자전거나 고장난 자전거를 수리해서 공공기관에 재판매하는 것으로, 당시 노숙자들이 만든 잡지로 유명세를 탔던 빅이슈와 함께 노숙자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하는데 기여했다. “그런데 이 사업도 순수한 상태로 오래 가지는 않더군요. 얼마 되지 않아 개인적 이득이나 야심에 따라 주인이 바뀌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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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성공회재단이 운영하는 다시서기 종합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의 본업은 아웃리치라고 하는 노숙자 거리지원 서비스이다. 길에서 배회하는 노숙자들에게 말을 걸어 그의 상태를 묻는 것이다. 그의 닉네임이 '서울역'인 것은 그의 주 활동무대가 서울역이기 때문이다. 노숙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희망을 불어넣는 일은 어쭙잖은 소명감이나 계몽정신 같은 것으로 되지 않는다. 그저 며칠에 한번이라도 땀을 씻을 더운 물과 찬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잠자리를 권유하고 이들을 숙대 근처나 서울대 근처 센터 잠자리로 불러모으는 것부터 시작한다. 두 군데 센터잠자리에는 매일 각각 200여명의 노숙인들이 상대적으로 편한 휴식을 취한다. 이들 대부분은 태어날 때부터 가난한 사람들이다. 고아원과 청소년 보호시설을 전전하며 의식주를 해결하는 데만도 힘겨운 삶을 유지해온 사람들. 그들에게 학문적 지식이라든가 교양은 바랄 수 없다.


함께 지내온 20대 노숙인 동생이 까막눈이었다는 것을 몇 년 후에 알았죠. 저로서는 그 친구가 읽을 줄 모른다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평생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고 살면서 교육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제가 이상한 거죠.”

 

어쩌다 막노동으로 품삯을 받은 노숙인들은 이 돈을 가지고 할 일이 별로 없다. 돈의 용법을모른다. 땀냄새 때문에 가게에서도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도 없다. 아는 사람도 없고 돈을 내고 뭔가를 해본 일도 별로 없기 때문에 그들은 돈이 생기면 경 마장이나 경륜장에 간다. 배팅 한 번으로 가지고 있는 돈 모두를 날리고 다시 노숙의 삶으로 돌아간다. 이들에게 스스로의 존엄과 삶의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방법은 인문학 공부라고 생각한 서울역은 2006년 성공회재단이 시작한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사업을 적극 지원하게 된다. 1년 과정의 이 사업은 노숙자 25명을 대상으로 매주 3~5회의 인문학 수업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같은 철학적 사유를 경험하게 한다. 자신의 처지를 돌아보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한번도 해보지 않은 토론이 두렵지만 25명중 매해 15명 이상이 졸업한다고 한다. 이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출신 중 한명이 서울역이 추진한 자전거 업사이클링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 두바퀴희망자전거의 대표이다. 현재 두바퀴희망자전거에는 30여명의 노숙인 직원들이 소속해 있으며 많게든 적게든 월급을 받고 있다. 서울역은 이들 중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자랑한다.


특히 도장기술은 아마 국내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뛰어날 겁니다. 여기서 만드는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은 이들의 기술과 예술가들의 재능기부로 들어온 디자인을 결합해 품질면에서 탁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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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개인에 대해 물었다. 3 딸이 있는 걸로 아는데 집에서는 어떤 아빠냐고.


집에서 아이들에게 저는 매우 까칠합니다. 제 삶의 거의 전부는 노숙인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이것저것 불만을 이야기하지만 저로서는 정말 하찮은 것들일 뿐이예요. 매일 먹고 사는 것, 씻는 것, 잠자는 것이 가장 큰 일인 사람들과 살다 보면 모두 사치스럽고, 너무 배가 불러 하는 소리로 들리거든요.”

 

조심스럽게 내가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질문을 던졌다. “의식주 해결이 삶의 전부인 노숙자들에게 세월호 같은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들이 이런 것에 관심이 있을까요?” 돌아온 대답은 조심스러웠다.


이들이 가진 정보의 대부분은 공중파3사나 종편에서 오는 것들이죠.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보수층이예요. 자신의 처지와 상관없이 여전히 기득권을 가진 계층에 대한 적개심이 없어요. 박근혜 탄핵과 관련해서도 이들은 거의 태극기집회 참가자들 수준의 보수근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대부분의 남자 노숙자들은 여자를 겪어본 적이 없어요. 어쩌다 여자와 마주치면 어쩔 줄 몰라 하고 얼굴까지 붉어지죠. 박근혜를 비난한다면 그것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식의 전통적 가부장적 정서에 바탕을 둔 것이죠. 그렇지만 세월호 사건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사회적 힘이 약한 약자라는 관점에서 호감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기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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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들의 사례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서울역은 그들과의 대화를 실감나게 전해주는데 말 세 마디 중 한 마디는 욕이다. ‘×’ ‘×같이는 예사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숙자들은 갓난아기같아서 세심한 돌봄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고아원 출신 중에서도 약한 사람들, 모질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노숙인이 된 사람들이다. 정상적인 사람들 중에서도 노숙인이 되는 사람들은 사기를 당하거나 남을 배신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또 이 사람들은 정말 재수가 없어요. 지금까지 복권을 사서 숫자 하나라도 맞은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같은 자리에서 복권을 샀던 저는 5만원짜리가 맞았는데 말이죠.” 나의 삶은 얼마나 많은 주위의 도움과 행운으로 충만해있는가. 서울역과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내게 쏟아진 풍요로움에 새삼 감사하게 되었다.

끝으로 이 일을 앞으로도 계속 할 거냐고 물었다. 잠시 조용한 침묵이 지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번에 하는 대답보다 더 힘이 있었다. “벗어나고 싶은 적도 없고, 다른 일을 생각해본 적도 없습니다. 아마도...계속 할 것 같아요.” 그의 눈은 유리알처럼 맑았다. |틈| 

 

PS. 서울역은 마을작업장 월든의 이어가게에 물건이 넘칠 때, 노숙인 자활에 쓰인다며 걷어가주시면서 우리와 인연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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