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17년 파지스쿨이 문을 열지 못하고교사들은 강제로 연구년을 맞이하였다그래서 올해 파지스쿨의 교사들은 지난 2년 반을 정리하고 파지스쿨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할지올해 왜 파지스쿨에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았는지등등 우리에게 닥친 문제들과 우리의 고민들을 진지하게 공부해 보기로 했다그렇게 공부한 것을 토대로 11월에 <주권 없는 학교워크숍을 준비하고 있다그 중 하나로 지난 7월부터 우리와 가장 가까운혹은 우리를 잘 아는 분들에게 파지스쿨의 교사들이 배움을 청하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그 두 번째로 이우학교에서 과학 교사로 재직 중인 곰도리(임선영)샘께  파지스쿨 교사들이 한 수 배우기를 청했다.



파지스쿨, 10대에겐 너무 먼 당신

                       곰도리(임선영)샘 인터뷰



정리 : 게으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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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스쿨 교사들이 두 번째 인터뷰로 이우학교 교사 곰돌이샘을 만났다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일대일 인터뷰인줄 알았는데 파지스쿨 교사 전원이 앉아 있어서 좀 놀랐다고 했다그러나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자 이우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파지스쿨을 권했던 경험 등 우리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여러 사실들을 구체적으로 알려 주셨다.

 


어른들과 함께 하는 공간이 부담스러워요



 

파지: 올해 파지스쿨에 신청한 스쿨러들이 없었습니다. 이 현상이 무엇을 뜻하는지 파지스쿨 교사들이 여러분들의 의견을 들으며 배움을 넓히고자 기획한 인터뷰입니다. 이 현상에 대해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 파지스쿨 뿐만 아니라 함께교육연구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17세 인생학교도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입학 당시와 비교해도 현재 인원이 줄어든 상태이거든요. 학생이나 학부모가 모두 학교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것은 여러 경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실험을 제안하는 곳에는 오지 않는 까닭이 저도 궁금해요.강화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생학교는 매해 정원을 채우는 것을 보면 형식적인 측면에서 기숙형 학교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거 아닐까 정도로 추측해 볼 수 있어요.


 

파지: 파지스쿨의 형식이라면 1주일에 이틀만 수업하고 다른 날은 자기 주도의 공부를 꾸려가는 형식이나 기숙형도 아닌 것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매력이 없을까요?


 

: 제가 알고 있는 꽃다운 친구라는 학교가 있어요. 거기도 이틀 수업하는 형식인데 늘 모집 인원을 채운다고 합니다. 다른 점은 그 곳은 독서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고, 홈스쿨하는 학생들이 주로 참여합니다. 파지스쿨은 선생님들의 공부가 주요 프로그램인 반면 그 곳은 학생들이 읽고 싶은 주제를 적극 반영하여 프로그램을 짠다고 해요. 그곳이 기독교를 기반으로 모집하는 것도 많은 영향을 미칠 거예요.

 


파지: 파지스쿨에서 주로 공부하는 내용이 교사들의 공부 중심으로 구성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아무래도 애들이 봤을 때 프로그램의 내용 면에서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이우학교를 졸업하면서 대학을 선택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파지스쿨을 권했는데 다들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우선 예술 쪽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 굳이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결정하는데, 그렇다고 바로 인문학 공부로 접속하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그런 아이들에게 파지스쿨의 인문학 커리를 제시했을 때 우선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또래 친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또 다른 케이스는 인문학 공부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는데 마찬가지로 대학을 선택하지 않았지요.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혼자서도 여러 방면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 친구에게 파지스쿨을 권했더니 어른들이 너무 많은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어요.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면서. 물론 다른 조건도 고민했겠지만 파지스쿨이 어떻게 보이냐는 부분에서는 유의미한 의견인 것 같아요.


 

파지: 파지스쿨을 처음 열 때 저희가 모집 대상으로 삼았던 연령대는 선생님께서 제안했던 그 친구들 부류였거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안 가고 공부를 해 보고 싶은 친구들. 그런데 지금 얘기를 들으니 그 친구들에게 공부를 하는 곳은 또래의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고, 재미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조건을 충족하기를 원하는군요. 게다가 다른 의견들도 들어보면 파지스쿨의 공부 내용을 소개 받고 강도가 세다는 인상을 받으면 아예 엄두도 안 낸다고도 합니다. 이것이 파지스쿨을 소개 받은 여러 친구들의 첫 인상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고, 더구나 엄청 매력이 없다고 느끼겠군요.


 

10대에겐 너무 먼 인문학?


 

파지: 학교 안에서 만나는 많은 10대들이 적극적으로 배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공부가 있을까요?


 

: 학년이 높아갈수록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에 대한 불안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러다보니 현재 자신이 가장 가깝게 느끼는 문제를 접할 때 반응이 달라집니다. 학교에서 생태와 관련한 활동을 기획하면서 어떻게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생태 주제라고 하지 않고 요즘 아이들이 가장 관심 있어 하는 페미니즘을 전면에 부각 시켰어요. 에둘러 가는 길이긴 하지만 가장 가까운 관심에서 출발해 확대해가자는 전략이었어요. 페미니즘 강좌 등을 열었는데 호응이 엄청 높았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불안함, 그리고 자신이 직접 겪는 차별 문제가 엮이니 하고 싶은 말이 생긴 거죠. 그러면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고 나아가 생명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시켜 가려 합니다. 자신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고 받아들일 때 의지를 작동시키는 데 훨씬 적극적이 됩니다.

 


파지: 인문학이야말로 자기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통로일 수 있는데, 10대들에게 그 의지를 작동시키기에는 우리의 언어가 너무 올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서 이우학교를 지원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의 경우 인문학 공부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측면에서 이우학교에 지원했다가 입학을 못 했을 경우 파지스쿨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했지만 그런 경우도 없었습니다. 10대와 인문학 공부는 정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일 수밖에 없을까요?

 


: 사실 17세 인생학교도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던 것 같아요. 두 번 째 인생학교 입학 설명회에서 첫 해 학교를 다닌 졸업생들이 자신의 경험에 대해 말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학교의 경험을 소개하는 그들의 언어가 듣는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었어요. 물론 1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것도 있지만. 여튼 또래의 경험만한 자극이 없는데 잘 안 되더라구요. 파지스쿨의 경우도 졸업생들이 있을 텐데 그들이 직접 들려주는 경험이 신청하는 학생에게 분명 영향을 미칠 텐데요.


 

파지스쿨 교사와 이우 학교 교사


 

파지: 주변에서 이우학교를 보내고 싶은 학부모의 얘기를 들어보면 교사 얘기를 꼭 언급하던데요. 일반 공립학교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선생님과 학생의 밀도 있게 관계 맺는 것을 장점으로 여기던데요. 이우 학교 교사로서 이런 평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학교 안에서 교사의 역할을 둘러싼 의견이 두 그룹이 있습니다. 여자 선생님을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으며 더 집중적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입장과 남자 선생님 중심으로 지나친 관심이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여기는 분들입니다. 저는 두 그룹이 공존할 때 서로 조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입장은 다르더라도 서로의 방식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되어 있기도 합니다. 동료 교사로서도 존경할 만한 분들도 많고 친구로서도 손색이 없는 동료들과 함께 일하는 기쁨도 있죠. 그런 친구들과 애들을 만나는 과정이 나의 한계를 만나는 과정임을 함께 나누고, 애들도 그런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함께 고민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개교 초창기부터 있기 때문에 그때와 비교해 지금 내가 어떻게 다른가에 생각이 많습니다. 초창기에는 무엇을 많이 알아서가 아니라 그저 아이들이 알아가는 데 옆에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점점 경험이 풍부해지고 어쨌거나 교육의 내용도 파악했다는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 장애가 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파지: 저희도 최근 세미나에서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을 읽으며 많은 질문이 생겼습니다. 그중 하나 일선에서 10년쯤 한 과목을 가르치면 랑시에르의 무지한 스승이 될 수 있을까? 학생을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교사는 지식전달자가 아니라 같이 배움을 구하는 자로써 가능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 이우 학교는 교육 과정 재구성이 오직 교사에게 있다는 측면에서 특수한 경우라고 봅니다. 작년부터 교과서를 벗어난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바꾸자는 논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에서 어떻게 벗어날래? 뭘 가르칠래? 이런 질문을 하다보면 교과서를 벗어나는 순간 언어가 빈곤해짐을 느낍니다. 학교에 비교문화 수업하시는 선생님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일으키는 배움이 대단하다고 합니다. 철학교사이신데 아이들에게 들어보면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으신데 가끔 툭 던지는 한 마디가 통찰이 있이 있어서 듣는 아이들이 전율을 느낀다고들 하더군요. 그렇게 배움이 일어나면 학교를 졸업하고도 그 선생님과 공부하는 시간을 계속 만든다고 해요. 하지만 학교 안에서 또 다르게 아이들이 따르는 선생님도 있지요. 상대적으로 젊고 스타일도 좋고 친절한 선생님이 그 경우입니다. 여튼 비교문화 선생님처럼 끊임없이 학문적인 존경심을 일으키는 선생님도 필요하고, 자신이 일상에서 겪는 정서를 부담 없이 교감할 수 있는 선생님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더 좋다고 봅니다.

 


파지: 이우학교의 경우 교사를 직업으로 삼아 풀타임을 학교 일에 전념한다면 파지스쿨의 경우 공부하는 활동 가운데 하나로 교사 활동인 것이 다른 점인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우 학교 교사들은 학교라는 틀에 매여 있기 때문에 수업 이외에도 해야 할 일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교사가 공부에 공력을 들이고 그것으로 수업을 구성하는 방식이야말로 파지스쿨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 1주일에 12차시 수업을 담당합니다. 교육 과정을 재구성한다고 말은 하지만 학교의 여러 일과 겹치면서 집중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구요, 매주 12차시의 수업을 해내면서 수업의 질이 항상 담보될까 늘 고민스럽습니다.


 

파지스쿨의 커리큘럼이 졸업생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말을 들으며 10대들과 함께 인문학을 공부하겠다는 우리의 의지와 그들의 의지 사이에 깊은 간극을 새삼 절감했다.  교사라고 불리는 데 함의된 다양한 표상들을 들여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더구나 공부의 공력만으로 수업하는 것이 파지스쿨 교사라는 곰도리샘의 말이 새삼 무겁게 와 닿았다. 세상에 존재한 수많은 교사들 속에서 우리의 활동이 또 다른 길을 내었을까, 혹은 장차 파지스쿨이 그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 어떤 배치로 바뀌어야 할까.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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