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틈으로보다

웹진의 추억 ④ : 다시, 희망 만들기

2017.06.25 22:25

뉴미디어 조회 수:96

지난 웹진을 뒤적이다보니 새털의 희망버스 참가 후기가 가장 이른 호더군요.

혹시 기억하시나요? 희망버스....




[두리번두리번]

다시 희망 만들기, 뭇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

-희망버스 참가 후기

 

 

글 : 새 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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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석철




희망버스 12호차에 탄 사람들

 

지난 1월 5일 오전 10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는 ‘다시 희망만들기’ 희망버스 13대가 출발했다. 여의도와 사당에서도 각기 1대씩 희망버스가 출발했고, 지방에서 출발한 19대 포함해서, 34대의 희망버스가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송전탑 농성장과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투쟁현장으로 달려갔다. 10시 40분경 경부고속도로 죽전 정류장에서 문탁네트워크의 요산요수, 자누리, 게으르니, 새털, 그리고 자혜가 희망버스 12호차에 합류했다.

 

우리가 탄 12호차에는 한겨레신문, 발뉴스, 민중의 소리, 칼라TV 등 언론매체 기자들과 사노위(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 공동실천위원회) 소속 대학생들, 금속노조 관계자 그리고 각기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일반참가자들이 동승했다. 나에겐 서울메트로와 인천지하철 청소미화여성노동위원회에서 오신 어머니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평생 여당만 바라보며 사시는 우리 부모님과 같은 연배의 어머니들이 “대통령을 믿는 노동운동이 아니라 우리 힘으로 우리 손으로 희망을 만드는 노동운동을 하겠다” 소신을 밝히실 때 가슴이 뭉클했다. 자신을 음향노동자라고 소개한 한 분은 직장이 시위현장이기 때문에 늘 투쟁현장에 있지만, 이번에는 개인자격으로 운동에 참여하고 싶어 희망버스를 탔다는 이야기도 귀에 쏙 들어왔다. ‘투쟁하는 노동자 대통령 후보’ 김소연씨는 대선 완주의 목표를 완수하고 이제는 기룡전자 조합원으로 돌아왔다고 겸허하게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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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희망버스 12호차에 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돌아온 말은 ‘희망’이었다. 대선 이후 ‘멘붕’의 무기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고 살아가기 위해 희망이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삶이 붕괴된 분들도 계시는데, 멘붕타령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희망버스를 탔다. 그분들께 작은 힘이나마 희망을 드리고 싶다. 불씨가 되고 싶다.” 대선한파가 혹독한 시기여서 그랬을까, 그날 우리는 작은 불씨라도 모아보려 희망버스에 올라탔다.

 

 

 

독수리 5형제의 고공농성

 

희망버스의 첫 도착지는 울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조의 송전탑 농성장이었다. 집회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철탑 위의 두 노동자 최병승, 천의봉씨의 모습은 비장하다기보다 설레임으로 상기되어 보였다. “우리는 강하다. 우리는 승리한다” 붉은 천을 두르고 있는 철탑 위 농성장은 부실하게 지어진 까치집을 연상하게 했다. ‘아......어쩌다 사람이 저기까지 올라갔나? 그래야만 했을까?’ 목을 한껏 빼고 철탑 위를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김진숙은 “이제 크레인이나 송전탑에나 올라야 노동자들의 말을 들어주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도 100일 200일 되어야 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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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철

 

 

현재 고공농성중인 노동자는 울산의 최병승, 천의봉을 비롯해 평택 쌍용자동차의 한상균, 문기주, 복기성, 아산 유성기업 굴다리농성중인 홍종인 등 6명이다. 고공농성중인 여섯 사람은 카톡방을 개설해 고공농성의 고립감과 열악함을 달래가고 있으며, 별칭 ‘독수리 5형제’로 호명하며 돈독한 연대의 힘을 나누고 있다. 쌍차 한상균 전지부장은 울산 현대자동차 농성팀에게 ‘복근배틀’을 제안했다. 체력이 고갈될 수 있는 고공농성장에서 서로를 격려하기 위한 ‘농담 반 진담 반’의 이벤트이다.

 

 

위험천만한 송전탑에 오르고 회사 정문 앞 굴다리에 오른 이들의 요구조건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의 경우, 현대자동차는 하청업체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불법을 자행하고 있는 쪽은 송전탑을 무단점거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아니라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고 있는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대선운동기간 동안 새누리당의 공약이었던 쌍용자동차의 국정조사를 실시하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편을 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의 판결과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을 이행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을 하기 위해 노동자들은 철탑에 오르고 굴다리 위에 천막을 쳐야 한다. 지난 대선기간 내내 공허한 외침이 되었던 ‘경제민주화’는 목숨을 담보로 철탑에 오르는 노동자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아니면 두려운 일인가?

 

 

팟캐스트 ‘나꼼수’를 무지 싫어했을 것 같은 이들이 ‘나꼼수’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신규채용’이라는 꼼수로 4년에 걸쳐 8500명의 비정규직을 선별적으로 채용하겠다는 협상안을 내놓고 있다. 쌍용자동차 철탑농성장을 찾은 새누리당 간부는 “중요한 것은 쌍용자동차 해고자 문제 해결이지 국정조사 성사 여부가 아니지 않겠는가, 농성을 풀고 사태의 원만한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앞뒤가 맞지 않는 정치적 언변을 구사하고 돌아갔다. 시간과 돈, 장기전에서 꼭 필요한 무기를 보유한 자본과 정부는 ‘시간과 돈’ 어느 것 하나 갖지 못한 노동자들의 삶을 고공의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죽음에 이르는 절망감,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의 죽음

 

철탑에 오른 두 노동자에게 “힘내라, 함께 살자” 인간글씨를 써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자 했던 계획은 집회 참석인원이 많아 무산되었다. 그 대신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각자 두 손으로 커다란 하트를 그려 철탑 위에 둥지를 튼 철인들에게 뜨거운 공감의 마음을 전했다. 철탑 위 두 남자도 철탑 아래를 바라보며 수줍게 하트를 그렸다. 확성기가 없으면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없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말 대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울산의 감동을 뒤로 하고 희망버스는 다시 출발해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 도착했다. 건물 외벽엔 커다란 영정사진이 걸려 있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조합원들이 상가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그렇다. 이곳에 한 노동자의 죽음이 있었다. 2011년 크레인에 오른 김진숙을 살리기 위해 희망버스가 시작되었던 한진중공업에서 다시 노조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측의 손해배상가압류 158억이라는 ‘듣고 보고 못한’ 압박에 서른다섯 살 혈기 왕성한 노동자 최강서는 2012년 12월 21일 다섯 살 여섯 살 두 아들과 젊은 아내를 남겨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빠가 재롱잔치에 오지 않았다고 속상해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뭐라고 아이를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곧 쓰러질 듯 힘겹게 단상에 오른 고(故) 최강서씨의 부인은 “우리 애기아빠의 장례가 원만히 치러지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애기아빠의 유언대로 한진중공업 동료분들은 민주노조로 돌아와주세요.” 간곡히 부탁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부산 영도의 바닷바람도 차갑고, 끝내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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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철

 

 

집회가 끝나고, 한진중공업 본사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조문을 했다. 조문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한진중공업조합원들에게 쓴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손편지가 낭독되었다. 2011년 희망버스를 타고 김진숙을 만나러 와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연대의 힘을 느끼고 돌아갔다는 많은 사람들이 그 사이 한진중공업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해고, 복수노조, 손배가압류 등)에 무관심했음을 토로했다. “미안합니다. 함께 아파하겠습니다. 함께 싸우겠습니다.” 다짐하는 말들, 무릇 그래야 하는 ‘사람의 말’들이 들려왔다. 돈과 이해관계를 떠난 사람의 말들이.

한진중공업 정문엔 그날 조문객들이 매달아 놓은 빨갛고 파란 희망천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을 것이다. 담벼락엔 조문객들의 손도장이 담쟁이처럼 무리지어 기어오르고 있을 것이다. 뭇사람의 입은 쇠(金)도 녹인다는 옛노래를 기억해야 한다. 뭇사람의 마음은 굳게 잠긴 철문과 견고한 담벼락을 허물 수 있다. 담장에 다시 새 페인트칠을 한다 해도 뭇사람의 마음은 지워지지 않는다. MV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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