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틈으로보다

뉴미디어가 새털, 건달바, 뿔옹, 게으르니, 달팽이의 '그리스 여행기'로 시작합니다. 그 전에 과거 웹진을 뒤적거리다보니 '청량리의 유럽여행기'가 있었네요. 2011년 청량리의 유럽 여행기와 2017년 다섯 친구의 그리스 여행기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Title small2.jpg


청량리의 유럽여행기 1부

오해(誤解)와 이해(理解) 사이

 

<여행개요>

여행경로 : 일본(나리타) - 덴마크(코펜하겐) - 스페인(7개 도시) - 포르투갈(4개 도시) - 프랑스(파리) - 그리스(아테네) (총 6개국 15개 도시)

여행기간 : 1월 23일 - 2월 19일 (28일간)

 

 

아내의 윤허(!)로 겨울방학에 유럽을 다녀왔다. 기다리던 육아휴직의 마무리, ‘여보, 그동안 수고했어요!’ 여행이다.

친구 Y와 함께. 벌써 4월이 되었건만 아직도 비행기를 보면 가슴이 울렁거린다. 여행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아니다.

그건 아쉬움과 안타까움이었다. ‘유럽에 갔다 왔어’라고 하면 사람들은 일단 부러워한다. 뭔가 대단한 것을 보고 왔거나 느

끼고 왔을 거라 기대한다. 그러나 우리는 유럽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번이 마지막 유럽여행일지도 모른다. 처음은 불안하

고 마지막은 절박하기 쉽다. 여유가 없는 마음, 낯선 환경 속에서 나는 여과 없이 드러났고 친구는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그 사람을 알려거든 여행을 떠나라’는 말은 빈 말이 아니었다.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는 시간은 힘들었지만 관계는 깊어졌

다. 기억이 왜곡되기 전에, 기쁨과 힘들었던 시간이 뒤엉키기 전에, 이 여행기를 끝내고 싶다. 그러면 왠지 비행기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작부터 불안한 첫 여행

 

공항으로 가는 날, 눈이 펑펑 내려 꽉 막힌 도로를 보면서 ‘이러다가 비행기 못 타는 것은 아니겠지?’ 걱정하고 있는 사이

전화벨이 울린다. “지금 어디야?” “어? 버스 안…” “언제 탔는데?” “…좀 전에 막….” “야, 이 자식아!!! 내가 미리미리 준비

하라고 했잖아!” 이번에 같이 여행가기로 한 친구 Y의 언성이 높아진다. 공항에 거의 다 도착한 모양이다…-_-;; 대학동기

인 Y는 이번 유럽여행에 뒤늦게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12월,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후에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이번

여행을 ‘선택’한 것이다. Y와는 대학시절까지 포함하면 ‘10년 지기’지만, 둘이서 떠나는 장기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

서인가? 서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부딪친 일이 한 두 건이 아니다. 공항에서의 만남은 그 시작

에 불과했다.


01 (1).jpg 02.jpg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한 것은 밤 9시. 다음날 일찍 환승비행기를 타야 한다. 경비 절감을 위해 무박하기로 했다. 공항에

서 도쿄까지는 기차로 1시간 남짓. 쾌락적인(!) 도쿄의 밤문화가 유혹하고 있었지만, 기차 삯으로 차라리 술을 마시기로 하

고 나리타 시내로 향했다. 밤거리는 조용했다. 유일한 볼거리라곤 나리타 신쇼지(新勝寺)뿐이었다. Y는 ‘이런 곳을 뭣하러

경유지로 잡았냐!' 며 궁시렁거린다. 주변 술집 중에서 제일 늦게까지 하는 곳을 물어서 들어갔다. 일본 정종 한 모금에 온

몸이 노골노골 해진다. 술집 분위기 때문인가? 종종 갔던 종로거리 어디서 술을 마시는 기분이 든다. 가게 문 닫을 새벽 5시

까지 버티다가 나왔지만 술도 취하지 않고 거리는 아직 어두웠다. 옆에 있는 ‘○도날드’에 들어가 신쇼지로 가는 첫 차를 기

다리기로 했다. 커피 한 잔을 자릿값으로 시켰건만 점원은 의자 밑 콘센트에 꼽혀 있는 디카충전기를 보고 ‘다메데쓰’, 안

된단다. 짠돌이 일본점원…전기값은 별도라는 건가? 쳇…-_-;;


04.jpg 05.jpg

06.jpg 07.jpg


별 기대 없이 방문한 신쇼지는 의외의 성과였다. 오랜 시간 동안 증개축된 (일본)전통건물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흔치 않

은 사례였다. 전통문화를 공부하는 Y에겐 더 없이 좋은 볼거리였다. 좀 오버한다 싶을 정도로 Y는 셔터를 눌러댄다. 그러

면서 다소 자조적인 목소리로 ‘왠지 여기가 나의 최고의 여행지일 것’ 같단다. 출발 전에도 ‘중국이나 일본, 아니면 우리나

라 전통건축을 돌아다니는 것은 어떠냐?’고 아쉬워했던 Y였다. 녀석은 스페인이나 포르투갈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말했잖아. 이번 여행 너를 위한 거라고.” ‘나를 위한다는’ 그 말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나와 ‘같이’가는 여행이 아니라 나를

‘따라’오는 여행 같다. 이 자식…공부 좀 하고 오라니까, 쯧!

 

 

‘초긴축경제’ 비상대책회의

 

11시간 정도 하늘을 날아 드디어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기차로 겨우 세 정거장. 헌데 차비는 꽤 비쌌다.

말로만 듣던 북유럽의 높은 물가를 실감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Y는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마지막 여행지인 아테네

까지의 비용을 다시 잡았다. 분위기는 심각했다. 나는 항의하듯 말했다. “북유럽이라 좀 비쌀 거라고 말했잖아!” “잠깐 들렀

다 가는 개념으로 생각했지.” “3박이면 파리와 같은 일정이라고!” 언제 북유럽에 오나 싶어서 일부러 코펜하겐을 경유하는

항공사(스칸디나비아)를 선택했고, 내 생각엔 3박도 부족한 듯 했다. 하지만 Y는 물가 비싸고 춥기 만한 코펜하겐이 영 탐

탁지 않은 모양이다. 물가를 잘 몰랐던 걸 모두 내 탓으로 말하는 게 싫었다. 저녁도 굶은 ‘초긴축경제’ 모드의 첫 날은 그

렇게 지나갔다. 다음날, 근처 슈퍼마켓에 가보니 다행히 먹거리는 차비만큼 비싸진 않았다. 게다가 우리나라보다 싼 맥주가

격은 아주 맘에 든다. 단순한 녀석들…


10.jpg SNV33171.jpg

08.jpg 09.jpg

SNV32961.jpg SNV32833.jpg


숙소에서 렌트한 자전거로 여기 저기 항구를 돌아다니는 것은 즐거웠다. 겨울이라 쓸쓸했지만 이제야 남의 나라에 온 기분

이 들었다. 근처에 마리화나가 합법화 된 ‘크리스티아니 자치구’에 들렀다. 하지만 내부촬영은 입구서부터 금지 당했다. 그

곳 사람들은 날이 추워 드럼통에 모닥불을 피우고 마리화나(?)를 하면서 담소를 나눈다. 우리도 그 옆에서 서서 담배 한 대

피우는데, 한 아저씨가 와서는 ‘(관광객은) 이 주변에 있으면 경찰에게 (마리화나 소지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가’란다.

쳇, 우리도 춥다고…-_-;; 나오는 길에 주변의 다세대 주택단지를 둘러봤다. 일본과는 다르게 이번엔 내 눈이 번쩍 뜨인다. 단

순한 디자인에 세심한 디테일, 원하던 주택들이었다. Y 역시 감탄의 눈빛이다. 전통건축을 공부하는 녀석의 눈에는 그저 콘

크리트 덩어리일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런 거 보면 녀석은 (나에게) 꽤 노력하는 것 같다.

 

우리가 모르는 팬티(?)값

돌아오는 길에 슈퍼마켓에 들러 저녁거리를 샀다. 눈바람의 추운 날씨에도 우리는 아침, 점심을 맨 빵에 드레싱소스로 버

텼다. 대학 때부터 습성이 ‘헝그리’한 우리 둘은 그런 부분이 잘 통했다. 녀석과 죽이 잘 맞았던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난

생각한다…-_-;;). 낮에는 빵으로 끼니를 대충 해결하다 보니 숙소로 돌아와서 해 먹는 저녁이 기다려진다. 가게를 나와서

친구가 계산서를 확인해 보니 가격이 다르다. 점원에게 물었더니 ‘팬티(?)’가 더 붙은 거란다. “뭐? 그게 뭔데? 좀 제대로 물

어봐봐!” Y의 다그침에 순간 갑자기 사무실 K소장이 생각났다. 모르는 일이나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을 다소 대충 넘어갔던

나는 소장에게 종종 혼이 났다. 그 뒤로 소장에게 상황보고하기 위해선 서너 배 긴장을 해야 했다. 지금 왜 그런 기분이 들

었을까? 녀석은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꼭 나를 시킨다. 지가 좀 해 보든가…-_-;;


11 (1).jpg DSCF12502.jpg 

DSCF1356 (1).jpg DSCF1487.jpg DSCF1492.jpg


알고 보니 팬티가 아니라 살 때 미리 청구되는 ‘팬트(pant)’, 재활용비용이란다. 다 먹고 난 빈 용기를 자동판매기 같은 곳에

넣으면 제품에 따라 비용을 되돌려주는 것이다. 그 사이 어떤 아저씨는 100리터쯤 되는 비닐봉투 같은 것에 빈 캔과 페트병

을 가득 담아 와선 돈을 받아간다. 어쩐지,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캔이나 빈 페트병이 코펜하겐에선 하도 안 보인다

싶었다. 숙소에 돌아와 녀석은 오늘 토마토소스와 마카로니로 꽤 괜찮은 부대찌개를 만들었다. 혼자 여행했으면 조용했을

저녁이 Y와 함께하니 맥주 한 잔의 푸짐한 식사가 된다. 녀석과 제일 궁합이 잘 맞는 시간은 아무래도 저녁 만들 때인 것

같다…^^;; 녀석도 코펜하겐이 슬슬 맘에 드는 눈치다. 깔끔한 습관들, 잘 생긴 북유럽의 여성들, 잘 정비된 자전거 전용도로들.

눈비 속의 늘 우중충한 날씨만 아니라면 꼭 한 번 다시 오고 싶다.

어느 덧 다시 스페인으로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체크아웃 전에 오기로 약속하고 어제 못 산 건축책을 사러 도서관 서점에

다시 갔다. 막 도서관을 나와 시계를 보니, 허걱… 체크아웃 시간이 넘었다. 뛰어서 숙소 카운터에 도착해보니 역시나, Y는

이미 내 캐리어랑 배낭을 1층에 내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_-;;; “야, 사람 기다리게 좀 하지마!” 할 말이 없었다. 체크아웃

시간을 10분 넘겼다고 숙박비를 더 내진 않는다. 일부러 혼자 짐 갖고 내려온 것이 미안하면서도 괜히 ‘조급하게 뭣 하러

저랬나’ 싶었다. 내 무딘 시간관념과 준비 없는 느긋함은 여행 내내 Y가 지적하고 부딪힌 점이다. 같이 담배 한 대 피면서

풀었지만 왠지 감정의 찌꺼기가 마음속에 남는 것 같다. 오랫동안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녀석과 조금씩 다름을 느끼고

있었다.

 

 

골목길을 벗어나기도 어려워

 

추운 북유럽을 벗어나 따뜻한 남쪽나라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숙소로 가는 지하철은 만원이다. 하는 수 없이 친구

Y는 다른 칸에 탔다. 얼마나 지났을까, 앞에 있던 스페인 녀석이 더운지 갑자기 웃옷을 벗는다. 옆에 있던 녀석은 앞에 있

는 손잡이를 잡는 척하면서 내 시야를 가린다. 순간, 허리가방에 뭔가 닿는 느낌이 들어서 내려다보니 웃옷을 벗은 녀석이

급하게 손을 거둔다. 그러더니 서로 눈짓으로 ‘너 때문에 들켰잖아!!’라는 것 같다. 작전(!) 실패 후 그들은 다음 정거장에서

내린다. 이 자식들이, 감히 누구 가방을 노려!!! 목적지에 내려서 Y에게 말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앞가방의 지퍼가 열려있었

다. 다행히 동전 몇 개 든 손지갑만 잃어버린 모양이다. 이것이 Y가 처음(!)으로 잃어버린 물건이었다.


SNV33193 (2).jpg DSCF1530 (1).jpg

SNV33179 (1).jpg SNV33197.jpg


다음 날 스페인과 포르투갈 여행을 같이 할 렌터카와 만났다. 파란색의 ‘벤츠’ 스마트카다. 언제 또 벤츠를 타겠냐 싶은데

내외부도 모두 맘에 든다. 들뜬 마음으로 시동을 걸고 천천히 악셀도 밟아 본다. 감이 좋다. 그리고…30분 동안 4바퀴째 같

은 골목만 맴돌고 있다…-_-;; 무슨 마법에 걸린 것도 아니고…젠장!!! 일방통행이 워낙 많아 스페인 골목길을 도저히 벗어

날 수가 없었다. 일단 큰 도로로 나가 차를 멈췄다. 급한 마음에 길 건너에 있던 차의 문을 두드렸다. 타고 있던 중년부부는

차에 있던 모든 지도를 꺼낸다. 40분이나 상의한 끝에, 결국엔 설명하는 걸 체념하고 우리에게 말했다. ‘활로우 미(follow me)’

와우!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 그리고는 한 20분쯤 달렸을까? 차에서 내리더니 ‘이리로 곧장 직진해서 20분쯤 가면 숙소가

있는 동네가 나온다’고 한다. ‘그라시아쓰(고맙습니다)!!!’ 저렇게 친절한 스페인 사람도 있구나. 이런 우발적인 상황이 오히

려 여행의 매력인 것 같다. 하지만 차안에서 Y는 걱정을 한다.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마주치면 다소 난감해 하는 Y. 여행을 하

면서 알게 된 녀석의 낯선 모습이었다. 그다지 철저하지 못한 나와는 달리 Y는 오차범위를 줄이려고 꽤 꼼꼼히 예상하고 준

비한다. 그러다보니 사소한 일에도 우리는 부딪쳤다. 다시 출발. 그렇게 알려줬는데도 숙소까지 또 한참 헤맸다. ‘제이슨 본’

처럼 차 안에서 지도 보며 다닐 거라 생각했었는데, 뭘 믿고 렌터카로 스페인을 돌아다닐 생각을 했을까? 그날 저녁 바로

GPS를 빌렸다. 다음 날, 조그만 스마트카에 캐리어 두 개와 배낭 두 개, 자전거 한 대, 사람 두 명을 알차게 싣고 시동을 걸고

부릉부릉…다음 목적지는 코르도바다. 

 

 

숙소를 놔두고 차 안에서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가 보니 벌써 밤 1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오늘 숙소에 들어갈 수나 있나? 생각하며 문득 계기판을

보니, 어라? 기름이 두 칸 밖에 안 남았다. 갈 길을 아직도 몇 백km가 남았는데…-_-;; 부랴부랴 주유소를 찾았다. 아까 화장

실 들를 때 넣었어야 하는데… 스페인 첫 고속도로라 긴장하다보니 미처 신경을 못 썼다. 결국 밤 12시를 넘기고 들른 주유

소가 닫혀있는 걸 보고 우리는 체념을 했다. ‘코르도바는 포기하자.’ 그리고는 주유소 앞에 주차를 하고 새벽에 문이 열리기

를 기다렸다. 뒤에는 짐이 한가득인지라 의자를 젖히지도 못 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워서 자야만 했다. 침낭이 있어도 새벽의

차 안은 추웠다. 운전한지 첫 날부터 차 안에서 밤새고. 역시 집 나오면 고생이다…-_-;; 아침에 기분 좋게 ‘만땅’ 채우고 다

시 출발. 주유소 사장님은 관광지도 아닌 곳에서 만난 동양인이 신기한지 ‘어디 사람인가?’ 물어본다. 스페인에 와서 한국인

이라고 하면, ‘노르떼? 수르?’ 북(한)인가? 남(한)인가?를 꼭 물어본다. 의식하지 못한 ‘분단문제’를 여기 와서 새삼 느낀다.


DSCF1714 (1).jpg  DSCF1704.jpg

SNV33343 (1).jpg  SNV33383 (1).jpg

SNV33589.jpg  SNV33494.jpg


새벽의 고속도로는 상쾌했다. 한적한 갓길에 차를 세워 놓고 안개 속의 올리브 나무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일정에서 하루가

비워지니 여유가 생긴다…^^;; 그렇게 길 위에 서 있으니 우리가 마치 로드무비의 주인공 같았다. 혼자였다면 생각지도 못했

을 렌터카여행. 그러면 새벽의 올리브를 볼 수도 없었겠지? 갈 길이 멀다. 코르도바를 지나서 바로 그라나다로 향한다. 알함

브라 궁전과 알바이신 언덕을 거닐고 다음 날은 해변 휴양지인 말라가를 거쳐서 스페인 최대 카테드랄이 있는 세비아까지.

계속 1박만하고 돌아다니니 온종일 운전하고 짐만 풀었다 싸는 느낌이다. 세비아를 끝으로 스페인 중남부를 마무리. 내일은

포르투갈로 넘어간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건축가 ‘알바로 시자’의 건축이 있는 곳이다.

 

 

부러운 건축문화, 아쉬운 포르투갈

 

있는 듯 없는 듯한 국경을 넘어 포르투갈에 들어왔다. 리스본 숙소에 도착하니 늘 그랬듯이 저녁시간을 훌쩍 넘겼다. 내일

알바로 시자의 건물들을 답사하기 위해 자료를 확인했다. 지도를 펼쳐 놓고 위치, 가는 방법, 걸리는 시간, 차비 등을 생각

하다보니 시간은 새벽 1시를 넘어간다. 담배 한 대 피고 들어온 카운터 점원이 묻는다.

 

점원 : 뭘 그리 열심히 하냐?

나 : 한국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여기엔 알바로 시자를 만나러 왔다. 혹시 그를 아나?

점원 : 아, 시자 비에라를 말하는 구나! (원래 이름이 알바로 시자 비에라)

나 : 어, 아는구나? 이 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시자 비에라를 아는 거냐?

점원 : 포르투갈은 그리 큰 나라가 아니다. 그가 건물을 지으면 신문에 나기도 한다.

나 : 리스본 다음에는 ‘마르코 데 케네자베즈’에 있는 ‘산타 마리아 교회’에 가 보려고 한다.

점원 : 뭐라고? 포르투갈에 시자 비에라를 만나러 온 사람은 여기 일하면서 처음 봤다. 게다

가 케네자베즈는 엄청 작은 도시라 관광객들은 거의 들르질 않는 곳이다. 놀랍다.



SNV32410.jpg  SNV32456.jpg

SNV32486 (1).jpg  SNV32631 (1).jpg


건축가가 누군지를 알아주는 포르투갈 사람들이 오히려 놀라웠다. ‘시자 비에라가 지은 건물을 찾는다’고 하면 다들 ‘아,

시자 비에라’하면서 그곳을 알려준다. 그들의 건축문화가 부러웠다. 포르투갈에서는 건축물 답사 위주로 돌아다니다 보니

친구 녀석과 낮에는 종종 따로 돌아다니게 되었다. 전통건축을 공부하는 녀석에겐 차라리 일본이나 중국이 더 나았을 텐데,

혹여 여기가 지루하진 않았을까? 편한 부분이 있는 반면에 좀 미안한 생각이 든다. 리스본을 떠나기 전 Y는 혼자 돌아다니다

발견한 대학 구내식당을 소개한다. 녀석의 이런 점은 참 맘에 든다. 오호, 맛도 좋고 가격도 착하다. 오후에 도착한 코임브라

에서도 우리는 대학교를 찾았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테라스 카페에서의 에스프레소 한 잔. Y는 여기서도 대학 구내식당

을 귀신같이 찾아냈고 우리는 푸짐한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여행객 중에 대학 식당 찾아서 밥 먹어 본 사람이 있을까? ^^


SNV32814 (1).jpg  SNV32840 copy (1).jpg

SNV32923 (1).jpg SNV32944 (1).jpg

SNV33064 (1).jpg SNV33110 (1).jpg


알바로 시자의 대표작 중 하나인 산타 마리아 교회는 감동이었다. 그는 건축이 어떻게 시(詩)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 제대

로 보여줬다. 넓은 마당에 서 있는 단순한 형태의 흰색 덩어리. 살면서 이 앞에 서게 되리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이날 오후,

우리는 포르토의 어느 해변에 도착했다. 일몰 즈음의 파도는 거칠었지만 바람은 기분이 좋았다. 일몰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한적했다. 유적지에 있을 때보다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앉아 있으니 비로소 여행을 온 것 같았다. 사실 우리들의 여행에서

는 이런 여유가 필요했다. 저녁으로 북부지방의 전통요리 ‘프란시지냐’와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우리는 같이 천천히 걸었고

‘별일 없이’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은 여행 중 가장 선물 같은 하루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아쉬운 포르투갈, ‘아데우스(안녕).’ 이제 다시 스페인 북부로 넘어간다. 산티아고와 빌바오, 그리

고 바르셀로나로 이어지는 환상의 트리오 코스가 기다린다…^^;; |틈|


SNV331152 (1).jpg


원문과 댓글을 보고 싶으시면 :http://www.moontaknet.com/52990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6 [그리스 여행기] 조르바 여행단 그리스에 가다 [1] updatefile 조르바여행단 2017.07.23 15
95 웹진의 추억 ⑦ : 청량리의 유럽 여행기 오해와 이해 사이 2부 file 뉴미디어 2017.07.16 23
» 웹진의 추억 ⑥ : 청량리의 유럽 여행기 오해와 이해 사이 1부 [1] file 뉴미디어 2017.07.10 53
93 웹진의 추억 ⑤ : 인디언식 이름을 지어 볼까요 file 뉴미디어 2017.07.02 47
92 웹진의 추억 ④ : 다시, 희망 만들기 [2] file 뉴미디어 2017.06.25 67
91 웹진의 추억 ③ : 맹자를 그와 함께 [2] file 뉴미디어 2017.06.19 59
90 웹진의 추억 ② : 2% 부족한 그녀, 지금 어딨어? [1] file 뉴미디어 2017.06.11 243
89 웹진의 추억 ① : 추억을 보여 드립니다. [4] file 관리자 2017.06.05 159
88 (157호) 문탁웹진2.0 틈, 문틈으로 보다 file 웹진팀 2017.04.12 83
87 (156호)"나는 아주 놀라운 기억력을 갖고 싶었어요" file 히말라야 2017.03.21 114
86 (155호) 꽃송이가, 꽃송이가, 그래 피었구나 file 달래냉이씀바귀 2017.03.07 94
85 (154호)돌이킬 수 없는 3.11을 생각한다 file 봄날 2017.02.22 86
84 (153호) 변화의 주체는 우리들 자신 [1] file 꿈틀이 2017.02.07 113
83 (152호) 2017년 우리는 지금 어디 있을까? [4] file 진달래 2017.01.24 159
82 (151호)아듀~ 2016! 아(냅)듀~ 2016! [1] file 노라 2016.12.27 125
81 (150호)또 하나의 축제, 향연 [1] file 히말라야 2016.12.13 147
80 (149호)이것은 축제가 아니다 file 씀바귀 2016.11.29 145
79 (148호)일상의 수행! 수행의 일상! [1] file 봄날 2016.11.16 133
78 (147호)마을에서 배우다 [1] file 진달래 2016.11.01 149
77 (146호) 나는 쓸모없기를 바란다 [3] file 청량리 2016.10.18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