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이 돌아왔다

[플라톤이 돌아왔다 10회]

출구없는 사회의 EXIT, 

화살표를 따라가세요

-국가』 8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한 지 어느새 9년째다. 시간은 정말 자~알 간다. 정신없이 후딱 지나갔다

세미나에서 오고간 말들을 모아서 ‘10주년 자축이벤트를 준비중이다. 거기엔 분명 당신의 생각도

단팥빵의 앙꼬처럼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연재를 통해 확인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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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털

문탁샘도 아닌데 문탁에 왔더니 쪼는인간으로 살고 있다

요즘 먹고 사는 시름에 젖어 쪼는 각이 좀 둔탁해졌다

예리해져서 돌아갈 그날을 꿈꾸며 옥수수수염차를 장복하고 있다


 






1. 은유로서의 질병, 폐소공포증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내가 프랑스 경제학자 다니엘 코엔의 출구 없는 사회(글항아리, 2019)를 인터넷서점에서 구입하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간 까닭은. 요즘 나는 살맛이 나지 않는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질 거라는 거짓말에 속아 넘어갈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나이는 많고 돈은 없다. 어쩔 수 없이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간다. 생각이 많아지고 철학자가 될 확률은 높아지는데, 우울, 분노, 자책의 감정도 요동쳐 예술가가 될 확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약사인 친구는 내가 간기능이 떨어져서 화를 잘 내는 것 같다며 종종 영양제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종합비타민제와 간장약을 복용해도 상태는 호전되지 않는다. 현재의 무력감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이 평온한 호흡을 가로막는다. 미세먼지의 농도와 상관없이 숨을 쉬기 힘들다.

다니엘 코엔은 출구가 봉쇄된, 폐쇄적 사회가 된 디지털경제 시대의 현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준다. 이를테면 영화와 음반과 같이 기술복제가 가능한 문화상품이 등장한 시기에 공연예술계가 맞은 위기를 가져와 현재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1960년대에 연극배우, 오페라 가수,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생산성이 훨씬 더 높은 문화산업과 경쟁을 겪었다. 최고의 마에스트로가 취입한 음반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영화는 예산 변화가 전혀 없이 수백만 가구에 노출되었다. 텔레비전이나 케이블을 통해 모든 가정에 거의 무료로 들어갔던 문화상품의 세계에 일부 스타와 영화 제작사가 범람했다. 반면 라이브 공연, 연극, 무용 등을 펼치던 통상적인 배우들은 생산성의 증대를 전혀 경험하지 못했다(출구 없는 사회, 113) 영화와 연극은 서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하나는 저렴하고 다른 하나는 비싼 이 두 가지 문화상품 앞에서, 소비자들은 그리 오래 망설이지 않는다. 여기에 소비시장이 전 세계로 확장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면, 기술복제 예술상품의 수익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으며 시장 점유율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실리콘밸리, 할리우드, 월스트리트의 모델이 유통되고 있고, 이렇게 심화된 불평등의 구조는 우리가 살아가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디지털 플랫폼에서 이루어지고, 천문학적 자산을 보유한 슈퍼리치들을 탄생시켰다. 이건 IT산업뿐만이 아니다. 모든 분야에서 공장의 생산성이 아닌 금융, 광고, 마케팅에서 수익이 창출되고 있고, 기업들은 주력분야를 제외한 모든 부문을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마쳤다. 몇몇의 개발자들과 양질의 일자리를 점유한 고액연봉자가 아니라면, 우리 대부분은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다양한 알바를 전전해야 하는 연극배우와 같은 생활고를 경험하고 있다. 이건 어디까지나 수학적인 문제이다. 수학적으로 현재의 구조는 소득과 자산이 증가하는 소수와 제자리거나 마이너스의 성장률을 갖는 다수로 이루어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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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심리학적인 문제이다. 다니엘 코엔은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추적한 경제학자 이스털린의 이론을 가져와 행복지수를 살펴본다. 이스털린은 소득이 증가하면 생활의 만족도 즉 행복이 증대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만 그러하고 정체되기 때문에 이 둘이 비례 관계에 있지 않음을 통계적으로 밝혀냈다.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부르는 이 이론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려는 인간의 강박적 성향을 설명해준다. 임금 노동자가 자신의 임금이 정당하다고 여기게 되는 기준은, 절반이 직장동료, 4분의 1이 학교 동문, 4분의 1이 친구나 친척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자신이 동료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은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따라서 현대사회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는 욕구가 늘 상대적이라는 단순하고도 근본적인 장애물과 맞닥뜨린다. 중요한 것은 소득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작동하는 데 어째서 부 자체보다 부의 성장이 더 중요한지가 설명된다. 성장은 현재의 심리적, 사회적 상태보다 더 상승하고자 하는, 덧없지만 늘 새로이 갱신되는 희망을 만인에게 선사한다. 성장의 실현이 아니라, 그러한 성장의 약속이 불안을 잠재우는 셈이다.

(출구 없는 사회, 158)

 

내가 꿈꾸는 평범한생활인이란 바로 끊임없이 동료와 자신의 생활을 비교하며 어제보다는 나아지리라, 친구보다는 나아지리라는 희망하는 욕망게임의 플레이어. 다니엘 코엔은 서구 산업화시대의 황금기(1945~1975)에는 서로 비교하고 경쟁하는 심리를 상품의 소비로 중재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때 유행했던 텔레비전, 냉장고, 자동차의 소비는 당시의 소득수준에서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비슷한 상품을 소비한다는 평등의 감각이 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소통의 기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경제의 시대에는 상품이 중재적 요소를 잃어버렸다. 입지 좋은 아파트, 높은 비용이 드는 사교육, 질 좋은 의료서비스, 해외여행 등 지금 유행하는 소비문화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상품의 소비가 사회적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사회적 중재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같은 수준의 개인들이 교제 범위를 점점 더 제한하는 끼리끼리의 문화가 만들어진다. 다니엘 코엔은 이를 사회적 족내혼이라 부른다. 전문직은 전문직과, 대기업 정규직은 대기업 정규직과, 마트 노동자는 비슷한 직군의 노동자와 결혼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어가는 폐쇄적 세계가 형성되고, 이 세계들은 내부적으로만 소통한다. 폐소공포증은 이러한 시대의 징후적인 질병이다.

    

 

2. 출구 없는 사회, ‘악의 진보가 이룬 정점

플라톤이 국가8권에서 구분하고 있는 정체 가운데 오늘날과 같은 출구 없는 사회는 재산평가에 근거한 정체인 과두제(寡頭制)라 볼 수 있다. 과두제에서 통치자의 자격은 재산의 정도가 되고, 부를 가진 통치자에게 이로운 정치가 이루어진다. 플라톤에 따르면 과두제는 모든 나쁜 것 가운데서도 가장 큰 이것을 맨 먼저 용인한정체이다. 무엇이 그렇게 문제적이라는 말인가?

 

한 사람은 자신의 모든 소유물을 팔고, 다른 사람은 이 사람의 것을 사서 갖는 것이 허용되는 것, 그리고 이를 다 판 사람이, 이 나라의 그 어떤 구성원도 아니면서, 즉 돈벌이를 하는 사람이나 장인으로, 기병이나 중무장 보병으로도 불리지 못하고, 가난뱅이로 그리고 빈털터리로 불릴 뿐인 자이면서도, 이 나라에 거주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 말일세.” (국가8552a)

 

가진 것을 모두 팔고 빈털터리가 된 자를 마르크스의 개념으로 구분해본다면 프롤레타리아트이다. 플라톤은 자산이 없기 때문에 임금노동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인 프롤레타리아트의 발생에 대해 금권정치인 과두제에서 기원한다고 보고 있다. 무슨 말인가? 어느 공동체나 부자와 빈자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이것이 정체 때문이라는 것인가?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금과 병역의 의무를 부과 받는 대신 공동체의 보호와 공동의 이익을 함께 누릴 권리를 부여받는다. 이런 사람을 시민이라고 한다. 시민의 존립이 공동체의 번영의 근간이 되기 때문에 통치자들은 시민이 자신의 재산을 탕진하여 부채노예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적절한 규제와 구제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런데 과두제에서는 공동체의 공동의 이익을 위한 규제와 견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체의 기반이 이기 때문에 재산 형성에 대한 어떤 제약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서 통치자들은 많은 것을 소유한 탓으로 통치를 하기 때문에, 젊은이들 중에서 무절제하게 되는 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재물을 낭비하거나 탕진해 버릴 수 없도록 법으로 막으려 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하네. 그래서 그들은 이런 사람들의 재산을 사들이는가 하면, 그걸 담보로 돈놀이까지 하여, 한층 더 부유해지며 더욱 존경을 받게 되네.” (국가8555c)

 

플라톤은 과두제의 원리를 부에 대한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과 그 밖에 것들에 대한 무관심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과두제의 이러한 원리가 아니라면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본다. 인간의 영혼을 구성하는 이성-기개-욕구가운데 욕구가 지배적인 역할을 할 때, 이성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을 짜는 수단으로 전락한다. 철인정치가 이성이 지배적인 역할을 하는 정체라면, 과두제는 욕구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 정체로 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이성의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무절제가 부자들의 자산을 증식시키는 기회가 되어 정책적으로 권장된다.

플라톤은 국가8권에서 악의 진보가 이루어가는 정체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철인정치가 타락하면 그 뒤를 이어 명예지상정체가 등장한다. 이 정체의 원리는 명예에 대한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과 그 밖에 것들에 대한 무관심이다. 철인정치와 같은 이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명예지상정체에서는 공동체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무분별한 명예경쟁이 발생한다. 인간의 영혼 가운데 기개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이성과 욕구는 기개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 된다. 명예지상정체는 빠른 시간에 과두제로 교체되는데, 명예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의 축적이 무엇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명예를 사랑하는 젊은이가 재물을 사랑하는 자로 바뀌는 변신”(553e)처럼 빠르고 강력한 것이 없다는 탄식처럼, 이후 부의 축적은 확고부동한 지위를 차지하게 된다.

플라톤의 논리에서 과두제는 민주제로 교체된다. 빠른 속도로 탕자와 파산자를 양산하는 과두제는 지속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탕자와 파산자 가운데 야심 있는 모험가가 있다면, 부자들에 대한 적대감을 이용해 과두제를 전복시킬 수 있다. 민주제의 원리는 자유에 대한 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과 그 밖에 것들에 대한 무관심이다. 과두제에서 자유가 박탈당했다고 생각한 민주제의 주역들은 모든 것이 허용되는 자유를 제일의 원리로 채택한다. 금지를 금지한다.’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언론의 자유와 어떤 정체든 설립할 수 있는 무정부주의와 낭비와 만용이 허용된다. 플라톤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단련되지 못한 철 이른 자유는 또 다른 예속을 가져올 뿐이라 단정하며, 민주제의 활기찬 혼란이 필연적으로 야심가의 폭군제로 귀결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플라톤의 정체론에서 과두제와 민주제는 무절제를 허용한다는 측면에서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과두제의 재산증식의 욕망은 모든 규제를 해체하며 자유라는 미명 아래 혼란과 무질서를 허용하는 민주제의 특징을 포함하고 있다. 플라톤은 과두제와 민주제를 다른 정체로 구분하고 있지만, ‘신자유주의로 호명되는 오늘날에는 이 둘은 샴쌍둥이처럼 결합되어 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오늘날과 같이 슈퍼리치들의 영향력이 커져가는 출구 없는 사회는 공룡기업들이 지배하는 티라노크라티아(tyranocracy 폭군정치/독재정치)’라 명명해도 무방한 것은 아닐까? 불길한 예감이 빗나가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악의 진보가 이룩한 정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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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IT, 화살표를 따라 가세요

나는 다니엘 코엔의 출구 없는 사회의 또 다른 버전으로 조던 필 감독의 영화 겟아웃(Get Out)’어스(Us)’를 나란히 놓고 싶다. 두 영화 모두 신선한 호러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에서 제작된 영화답게 수수께끼와 반전이 정교하게 구축된 공포영화다. 2017년에 발표된 겟아웃에서는 젊은 흑인의 신체에 늙은 백인의 뇌를 이식한다는 극단적인 설정으로, 이제까지 보지 못한 방식으로 연출된 흑백갈등을 선보인 바 있다. 백인 여자친구의 집을 방문해 그들의 파티에 초대된 흑인 청년 크리스가 백인들 틈에서 느끼는 애매모호한 불쾌함과 답답함은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우리 시대의 폐소공포증이다.

올봄 개봉한 어스에서는 인종차별을 넘어 사회 전체로 확대된 적대와 공포를 블랙유머와 뒤섞어 표현하고 있다. 중년의 흑인 게이브는 아내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해변으로 여름휴가를 떠나는데, 게이브의 관심사는 오로지 백인 친구 타일러와의 경쟁에 있다. 게이브는 끊임없이 별장, 자동차, 요트를 타일러와 비교하며 열패감을 느끼고 있다. 이 전형적으로 속물스러운 흑인 중산층가족에게 자신들을 꼭 닮은 도플갱어 가족이 습격해오면서 휴가는 재난이 되고, 피서지는 시체더미가 쌓여가는 아수라장으로 바뀐다.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이 도플갱어들은 누구이며, 어디서 온 것인가? 황금가위를 들고 자신과 똑같은 인간을 공격하는 도플갱어들은 거칠게 항의한다. “우리도 너희랑 똑같은 사람이야!” 이 장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트/콜센터/레스토랑/서비스센터에서 이루어지는 그림자노동을 떠올리며 영화의 도플갱어가 인간복제라는 공상과학적 소재뿐 아니라 위계화된 노동시장을 상징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거울처럼 스크린 안과 밖의 공포는 어느 쪽도 무게가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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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이고 낯선 존재에 대한 공포심을 말하는 제노포비아(Xenophobia)는 폐소공포증과 연결되어 있다. 장벽을 세우고 대문을 잠그고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밀폐된 공간에 갇히는 듯한 폐소공포증과 낯선 존재의 침입을 두려워하는 제노포비아는 발생하지 않는다. 혹 순서가 뒤바뀌더라도 이들은 연쇄되어 서로를 강화시킨다. 위험사회는 안전에 대한 강박적 집착을 가져오는데, 이 강박증이 다시 위험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되풀이된다. 혐오와 단절과 고립은 세트로 묶여진다.

다니엘 코엔은 출구 없는 사회에서 디지털경제의 비생산성을 지적하고 있다. 극소수의 슈퍼리치들에만 부가 집중되어 있는 현재의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저성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그렇다면 성장의 프레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다니엘 코엔은 국민총생산과 경제성장률 높이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실업의 부담을 개인에게 전담하지 않고 사회가 충격을 완화하는 덴마크식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실업기간 동안 개인적으로 안식년을 보내거나 여행을 가거가 재취업을 위한 교육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안정적으로 지원해주는 정책이다. 이 제도는 공동체 전체가 고용불안을 경제적으로/심리적으로 보조해줌으로써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활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최근 국내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청년구직기금기본소득제는 이러한 맥락을 공유하고 있는 정책들이다.

 

만일에 법이 자발적인 계약들의 대부분을 당사자의 위험 부담을 조건으로 체결할 것을 지시한다면, 이 나라에서는 저들이 덜 파렴치하게 돈벌이를 하게 될 것이며, 또한 방금 우리가 말한 그런 해악들로 이 나라에서 덜 자라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네.” (국가10556b)

 

플라톤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기본 자산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해야 공동체의 근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채권자는 자신의 원금을 회수할 수 없는 위험한 대출을 자제할 것이고, 담보가 부실한 대출에 따르는 이율 높은 이자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플라톤은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이러한 금융공학을 사람들로 하여금 훌륭함에 마음을 쓰도록 하는 법이라 생각했다. 신용불량자에게도 조건 없이 전화 한통으로 소액대출을 해준다는 간편함과 친철함으로 악의 진보는 번영하고 있다. ‘EXIT’를 찾고 싶다면, 플라톤과 다니엘 코엔의 화살표를 따라가보자. 영화 겟아웃에서 로드킬당하는 야생동물이 될 뻔했던 흑인청년 크리스는 사력을 다해 백인들의 저택에서 탈출한다. 우리도 나갈 수 있을까? ‘어스에서는 도플갱어들이 손에 손을 잡고 인간띠를 만든다. 우리도 손을 잡을 수 있을까? 어쩌면 해법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오래 된 상식일지 모른다.

나에게는 영양제를 선물하는 약사 친구뿐 아니라 내 고단해진 중년을 함께 술퍼해’(술을 푸며 슬퍼해주는)주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술을 마실 때마다, 내 불안한 일자리와 수입을 걱정하며 어디서 돈 나올 구멍이 없을지 궁리하고, 궁리가 막히면 응원의 메시지를 남발한다. 이런 시시하고 무용한 시간들이 현재는 나에게 형광색으로 표시된 화살표들이다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