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프로젝트

(138호)우동사의 마을학교 ‘백수(百手)학교’

2016.06.30 07:29

광합성 조회 수:858

[우동사 통신01]

우동사의 마을학교 백수(百手)학교



 

 

글 : 김진선(광합성)









함께 살기 위해 가:출하다

나는 우동사(우리동네사람들)에서 20, 30대 청년들 다섯 명과 한 집에 살고 있다. 우동사는 공동주거를 통해 경제적 비용을 줄이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게 된 청년들의 주거 실험 공동체이다. 현재 서른 명 남짓 되는 청년들이 다섯 채의 집에서, 한집에 5-8명씩, 함께 살고 있다. 우동사에서는 201511오공하우스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열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공동주거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3개월이라는 한정된 기간 동안 함께 살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말 그대로 집을 나와 사는 가출이면서, 부담스러울 수 있는 공동주거를 볍게 발해보자는 의미에서 :이다. 의심 반, 기대 반으로 가:출 프로그램에 신청하여 이 동네에 오게 되었고, 얼마 전 함께 가:출했던 친구들 다섯 명과 새로운 집을 구해 다시 가출새로운 식구가 되어 함께 살고 있다


문탁에 공부하러 가는 이틀과 십년후연구소에 출근하는 하루를 빼고는 주로 동네에 머물러 있다. 동네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 만들고 있기 때문에 바깥에 나갈 일들을 줄이고 있다. 아침 10시에도, 11시에도 슬리퍼 끌고 츄리닝 입고 펍에서 회의나 세미나를 한다. 우동사에서도 독서모임이 열리고, 커뮤니티 술집인 영쩜사(커뮤니티 펍 0.4km를 줄여서 영쩜사 혹은 펍이라고 한다)에서 저녁마다 스페인어 공부, 기타레슨, 친환경생리대 만들기 등 재능 나눔 활동이 열린다. 격주로 발간되는 우리동네소식지활동도 있고, 한 달에 한번 벼룩시장도 열린다. 형식적으로는 문탁의 세미나와 웹진, 작업장과 파지사유에서 일어나는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 다르다고 하면, 활동하는 이들이 또래 친구들이고, 그 중에 남자들이 많다는 것 정도! 표면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활동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이런저런 차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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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 VS 우동사?

3년 이때쯤 문탁에 접속했고, 7개월 전부터 우동사를 새로운 근거지로 살고 있다. 당연하게도 문탁에서의 활동과 우동사에서의 삶을 비교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위에서 얘기한 세대라는 키워드는 사실 그 안에 여러 차이를 담고 있다. 개별적으로 존재했던 8,90년대 세대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공동주거 형태로 산다는 것, 규칙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약속을 안 지키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는 점, 일상적으로 소통연습을 한다는 것, 서로에게 뭔가를 강하게 권유 혹은 협박하지 않는다는 것, 활동의 강도도 낮고 속도가 느리다는 것 등이다. 아마 문탁 회원들이 보면 그렇게 해서 뭐가 되겠냐하실 지도 모르겠다. 훈육에 의해 만들어진 유연한 신체들이라 강건함이 없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의 욕망이나 취향이 더 쉽게 자본주의적 욕망에 포획될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은 내가 처음 우동사에 이런 활동에 참여하면서 들었던 생각이다. 3년 동안 문탁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몸에 익숙해졌던 방식과는 다른 것들이라서 이런저런 부대낌들이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모임에 늦고 혹은 구경꾼처럼 한 발짝 뒤에서 관망하며 마음이 날 때만 들어오고, 하기로 한 일들이 흐지부지 되고... 그런 일들이 다반사다. 그때마다 이래서 뭐가 되겠나이런 마음들이 불쑥불쑥 올라오기도 한다. 자누리 선생님이 자본 에세이에서 쓴 공동체는 많은 구성원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로움으로 운영된다는 글을 보고 더욱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런저런 비교들을 하면서 보는 게 좀 재미있다. 소통, 연애와 결혼, 규칙, 백수 등 몇 가지 주제를 가지고 정리해보고 싶다. 지금은 우동사에서 이렇게 해서 뭐가 되겠나하는 마음보다는 이런 방식으로도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노오력을 거부하는 이곳의 몇몇 친구들이 왜 꼭 뭐가 되야하나?’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미 뭔가 되고 있는 것 아닐까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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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인생 백수(百手)학교

우동사에서는 작년 10월 경 워크샵을 열었고 그때 구성원들 사이에서 우동사에도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갔다고 한다. 5년 전 공동주거를 시작해 먹고 자는 기본 생활의 안정감이 생겼으니, 이제 이 동네에서 서로 배우고 활동을 만들어내는 어떤 단위에 대한 필요가 생겼다. 동네에 들어와서 백수로 사니 좋긴 한데 5년 정도 지나니, 다시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나가야 하나 고민하는 친구들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부터 동네에 모인 백수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가지고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의 백수학교모임을 하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갈수록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모든 일자리를 알파고 친구들에게 빼앗길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수명은 늘어나는데 일자리는 없다.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비단 백수 뿐 만 아니라 정규직 일자리를 가진 이들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숙제일 것이다. 우동사에는 농사 짓기, 동네 술집 운영으로 생활비를 버는 친구들이 있다. 충분하지는 않다. 아직은 동네 일자리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동네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커피 볶는 바리스타도 있고, 마사지 치료사도 있고, 책 디자이너도 있다. 나는 요가도 가르친다. 이런저런 능력들로 동네에서 작은 비즈니스들을 실험해보려고 한다. 일자리가 없는 白手(백수)들의 생존법, 백 가지 손재주로 작은 일들을 만들어가는 百手가 되는 것!

백수학교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이다. 실제적으로 생활의 자급도를 높이는 방향이 한 축이고 개인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가 한 축이다. 자급도를 높이는 방법은 다시 두 가지로 나뉜다. 소비를 점검하여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방식, 그리고 작은 일거리를 만들어 혹은 곳곳의 꿀알바 자리를 공유하며 소득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이번 달 초부터 모임을 시작하였고, 후지무라 야스유키 선생의 3만엔 비즈니스 :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로 워크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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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학교에서 앞으로 어떤 재미난 결과들이 생길지 아직 모르겠다. 여전히 모임에 늦는 이들이 많고, 서너 명을 제외하면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도 매번 바뀐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오면 많이 오는 대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적으면 적은대로 더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 그렇게 한 차례 한 차례 진행하고 있다. 아직 몇 번의 모임을 가졌을 뿐이지만, 더 하고 싶은 사람들이 정성을 쏟아서 모임을 잘 만들고, 그러면서 빈자리를 열어두면, 자연스레 이곳에 기운이 모아질 것 같다. 백수(白手)건달이 동네 청년들이 백수(百手)발명가로 거듭나는 곳, 백수학교. 요즘 이 일이 가장 재미있다.

신영복 선생님은 담론에서 우리 삶은 여기 저기 우연의 점들을 찍어나가는 것이고, 그 점들이 연결되어 선이 되고 인연이 된다, 그리고 인연들이 모이면 면이 되고 장이 된다. 그리고 그 장은 들뢰즈가 말하는 배치라고 한다.’ (담론1장 가장 먼 여행. 15. 요약 발췌) 지금 우동사에서 질서 없이 벌어지는 작은 활동들은 우리가 걸어가며 찍고 있는 수많은 우연의 점들일지도 모르겠다. 점들이 선이 되고 그 면이 되어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기대해본다^^ |틈|

 




* 우동사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 자료들을 참고하세요.

-도서 : 적당히 벌고 잘 살기/ 월간 민들레100

-기사 ; 생활비가 3분의1... '우리동네' 대박났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47&aid=0002071264

 

협동조합이라는 좋은 집주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6&aid=0000034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