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통신

(62호) 작업장의 솔직대담

2013.06.20 05:11

자누리 조회 수:11011

[문탁공감] no.82

작업장의 솔직대담 - 심중인터뷰


대담 : 봄날, 담쟁이, 노라, 신목수, 요요, 달팽이

질문, 정리 : 자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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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작업장을 꾸려가는 운영위원 중 봄날, 담쟁이, 노라, 신목수, 요요, 달팽이의 하기 어려운 이야기,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질문자는 자누리입니다.)



길쌈방의 봄날님

자: 길쌈방에서 일하면서 가장 하기 싫은 것은 어떤 건가요?

봄날 : 같은 작품을 두 번째 만드는 것! 창작의 설레임이 없어 재미가 없어져요. 처음 아이디어 짜내서 작품을 만들어 놓으면 굉장히 뿌듯한데, 두 번째 부터는 빨리 해서 끝낼 생각만 해요.


자 : 같은 걸 두 번째 하게 되면 더 디테일하게 하려고 신경쓰게 되지 않나요? 어떻게 재미가 없을 수 있지요? 세 번째부터라면 모를까...

봄날 : 안 그래요. 처음 할 때 가장 열정을 쏟고 그만큼 디테일하게 되요.


자 : 그러면 두 번째 이후에 만든 건 사면 안되겠는데요? 정성이 안들어 가잖아요.

봄날 : 그 정도는 아니고요. 그래도 생산활동의 의미를 만들려고 억지로라도 정성을 쏟아부어요. 그래서 대량생산을 하기 싫어해요. 하지만 예술 작품 활동 하듯이 할수도 없으니 그 중간쯤에 길쌈방이 있겠네요. 그렇지만 생산품보다 그걸 가져가는 사람에 주목하면 또 정성을 안들일 수는 없잖아요.


자 : 다른 질문할께요. 작업장에서 일하면서 하고 싶은 데도 못하는게 있다면 어떤걸까요?

봄날 : 작업대를 원없이 온전히 쓰는 거요. 재봉틀이랑 도구들 펼쳤다 다시 접지 않고 일하고 싶을 때 맘껏 하고 싶지요. 현재는 일주일에 2회 정도 작업장을 사용할 수 있는데 준비하거나 치우는데 손이 너무 많이 가요.


(화장품 생산도 마찬가지여서 완전공감이 됩니다. 지금 공간 확장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으니 올해 안에는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담쟁이베이커리의 담쟁이님

자: 쿠키사는데 복이 은근히 많이 나가더라구요. 그만큼 제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얘기인데, 그래서 재료가 궁금해지네요. 믿고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쓰는거 맞지요?

담쟁이: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다고 말하고 싶네요. 맛은 보장못하더라도 재료는 보장할 수 있다는게 제가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겁니다. 베이커리의 주 재료 중 밀가루는 우리밀, 설탕은 유기농, 계란은 유정란을 써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버터인데, 요기에 밑줄 쫙~. 보통 쿠키나 빵에 버터 대신 쇼트닝이나 마가린을 쓰는데, 저는 버터를 써요. 당연 비싸죠. 한 5~6배 정도. 쇼트닝을 쓰면 재료비가 적게 드는 것 외에도 보존기간이 길어지고, 모양과 향이 좋아요. 쿠키가 바삭해지고요. 패스츄리는 버터로 하면 모양이 안나올 정도지요. 하지만 그 유해성을 아는 한 쇼트닝이나 마아가린을 쓸 수는 없어요. 베이킹파우더도 보통 알루미늄이 들어 있는데 저는 없는거를 고집해요.


자: 그래도 부득이한 경우 안 좋은걸 알면서도 쓰는 재료도 있지 않나요? 얼마전에 만든 크렌베리처럼 수입품외에는 대체품이 없는 경우에.

담쟁이: 그렇지요. 호두가 그런 경우인데 국산은 너무 비싸서 엄두를 낼 수 없어요. 미국산 호두를 사용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좋은거를 쓰는 걸로 대신하지요. 단호박처럼 국산 제철 식품을 쓰려고 시도는 해봤는데 호응이 별로였어요. 이미 길들여진 맛이 있고, 그걸 무시하기가 어려워요.


(담쟁이님은 연구와 시도는 계속 해 볼거라고 하는데 소비자인 우리들도 우리의 입맛이 우리게 맞는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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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찬방의 노라님

자: 찬방은 셰프단이 참 경이로운데, 많은 사람이 참여하잖아요? 셰프단이 되는데 자격 요건이 있나요? 또 셰프들 중 찬방에 참여한 걸 후회하는 경우는 없나요?

노라: 셰프를 할 수 있는 자격은 수요일이 바쁘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후회하는 사람은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속으로는 다들 후회하는 걸로 추정...


자: 믿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치고, 후회한다 해도 계속하잖아요? 그렇게 지속되는 비결이 있을까요? 셰프들의 동기나 변화가 궁금하네요.

노라: 마을 작업장의 일에 참여하고 싶은게 가장 큰 동기가 아닐까 해요. 복을 벌려고 일하는 걸 수도 있지만 그것도 어쨌든 작업장에 참여하는 거지요. 가장 재밌게 참여하는 셰프는 봄날님과 인디언님인데, 특히 봄날님은 많은 실험을 해요. 풍경님은 손이 아주 빨라진게 보이구요. 달려윤님은 세미나도 참여하게 되어서 좋아요.


자: 찬방에서 자체 세미나를 하고 있는데, 공통감각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나요? 노라님은 찬방을 하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지요?

노라: 세미나는 이제 2회 해서 뭐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뿌듯해요. 그리고 찬방 운영을 어려워하거나 하기 싫어하는 건 많이 줄었어요. 작년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아마도 뭘 해야 할지 모르기도 하고, 역으로 그만큼 할 일이 많은 거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일이 짐이 되고 그래서 도망가고 싶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는 않아요. 익숙해진 것이기도 하지만 인디언님, 여울아님이랑 찬방 운영위를 구성한 게 안정을 가져온 것 같아요. 혼자 결정하고 혼자 부담하던 책임을 나눠 갖는다는 게 큰 힘이 되는 거지요.


(노라님이 가졌을 개인적 부담과 나눠 갖는 부담은 온전히 작업장의 어제이고 오늘이며, 아마도 내일의 어떤 모습인 듯 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월든 목공소의 신목수님

자: 지난번 회의 때 일이 많아지고 매출이 늘었다고 하셨는데, 마을에서 만남의 기회가 많아지고 넓어졌나요?

신목수: 마을의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다지 늘어나지은 않았어요. 오히려 외부 사람들이나 단체와 일을 했어요. <아그리나>, <봄>과 같은 단체와 기획이 필요한 일들을 했지요.


자: 많이 아쉬워 하는거 같은 데 마을 목공소로서 포부나 비전이 있었나봐요?

신목수: 마을 공방이 되어 마을의 만남의 공간 같은게 되고 싶었고, 될 줄 알았지요. 사실 다른 공방들이 하지 않는 가구 수리를 한 것도 그런 걸로 마을 사람들과 폭넓고 편하게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예상 외로 별로 안와요. 저는 신경써서 친절하게 대하고 관심도 충분히 주는데.... 쌀쌀맞게 대한 것도 아닌 데...지금쯤은 소문이 나서 줄서서 기다릴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정말 궁금하네요. 마을 주변인들은 우리 공방을 어떻게 볼까, 언제든 필요하면 들르고 싶은 곳으로 생각할까 등등이 궁금해요.


자: 궁금하면 확인할 수 있는 어떤 시도가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이벤트를 연다거나 해서 의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신목수: 그건.....


(어떤 이벤트를 말하는 거냐며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원하시는데, 마침 손님이 오셔서 이야기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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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장터의 요요님

자: 중고장터는 작업장에서 유일하게 생산품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물건, 복, 선물 등의 순환의 고리로서 상징적인 역할을 하잖아요? 그런 순환의 의의를 잘 살리고 있다고 보나요? 수익은 어떤가요?

요요: 우선 수익을 보면 다달이 다르긴 해도 전체적으로는 제로섬이예요. 중고장터의 수익은 순환의 사이클 정도와 떨어질 수 없는게 확실해요. 그만큼 현재보다 이용하는 분이 늘어야겠지요. 문탁에 드나드는 분들만 봐도 아직도 충분히 이용하고 있지는 않아요.


자: 충분히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요: 그냥 저절로 되지는 않을테고 어떤 식으로든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우선 순환의 의미를 충분히 공유해야 할테고, 중고장터를 이용하는 즐거움이 있도록 해야 해요. 편리하고 쾌적하게 공간을 재구성하는 것도 좋고, 다양한 물건이 다양하게 드나드는 것이 다양한 만남을 가져다 줄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동네 주민중에서 중고장터에 오시는 분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요. 반가운 일이지요.


자: 중고장터에 기증하는 물품은 어떤 거라도 상관없나요? 가져와도 반갑지 않고 그래서 관심을 덜 받는 물품도 있지요?

요요: 그렇지 않아요. 어떤 거라도 가져오면 저희가 알아서 용도에 맞게 처리해요. 물품을 가져오는게 중요해요. 의도가 무엇이든 물품을 순환의 장으로 넣는 발걸음을 하면 그만큼 깊은 만남을 가질 가능성이 커지는 거니까요. <가난뱅이의 역습>에 보면 중고물품을 사용하는건 혁신적인 저항이라고 말해요. 새 것을 끊임없이 소비하는 사회에서 중고장터는 명백히 저항의 장소가 아닐까요?


(중고장터 이외에서 옷사지 않는 클럽을 만들어볼까? 하시는 요요님과 그물망 같은 다양한 클럽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런 촘촘한 짜임의 공동체를 구상해봄직 합니다.)



월든 맥가이버 달팽이님

자: 월든 전체를 아우르는 매니저로서 어려움이 꽤 있을거 같은데 어떤가요?

달팽이: 각 사업단이 자기 역할을 충분히 잘하고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어요. 오히려 어려움은 제 안에 있어요. 특정 사업단에 소속되지 않다 보니 제 역할을 잘 몰라서 구멍이 생기는거 같고 애매하다고 느낄 때가 힘들어요. 알아서 이일 저일 끼어서 막 하는데 재미있기는 해요. 그렇지만 큰 그림을 그리거나 활로를 뚫거나 하질 못해서 어렵지요. 그런 부담감이 초조하게 만들때도 있지만 그냥 제 능력껏 하려고 해요. 천천히. 같이 간다는게 중요하잖아요.


자: 큰 그림은 우리 다 같이 그리기로 해요. 매니저의 역할을 하려면 유연함이 중요한 덕목일거 같은데 유연하신가요?

달팽이: 그럴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렇지만 가끔 내 생각이 앞서서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갈등 상황도 생기긴 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저와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요. 그런 점도 억지로 맞추려고 하지 않고 제가 사는 모습을 긍정해요. 뭐든지 급하지 않게 천천히 하려고 하면 문제될 게 없는거 같아요. 길게 함께 가는게 중요하잖아요.


달팽이님의 “길게 함께 가자”는 바램을 당부로 들으며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작업장 운영위원 중 뚜버기, 지금, 마음, 저(자누리)의 인터뷰는 시간관계 상 이번에 빠졌지만 조만간 작업장 소식에 올라오겠지요. 작업장 생긴 후 1년 반 동안 좌충우돌하면서 각자의 자리를 만들어 온 작업장 식구들의 솔직한 이야기, 어떻게 들으셨나요? 여러분도 더 깊게 만나고 싶고, 자신의 자리를 확실하게 만들고 싶은 욕망이 생기나요?  M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