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통신

(109호) 우리는 왜 골목장터를 여는가?

2015.05.06 06:11

봄날 조회 수:937

[작업장통신] - 골목장터②

우리는 왜 골목장터를 여는가?




글 : 봄 날








온갖 기증품과 작업중인 가죽들, 도구들과 판매용 전시제품이 섞여있는 마을작업장 월든 테이블 앞으로 골목장터 준비위원회(이하 골준위, 띠우, 토용, 호두, 바람~, 봄날) 멤버들이 모인다. 위원회 이름이 그래서인지 ‘골이 지끈지끈’ 하단다. 언제부터인지 그 날(5월23일)의 행사를 우리는 ‘골목장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왜 그렇게 부르게 됐을까? 우리는 골목장터를 왜 여는가?


문탁네트워크가 이 골목에 자리를 잡은 것은 그저 우연일 뿐이었다. 그저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 찾아든 곳이 이 골목이었지만 그때부터 문탁사람들은 이 곳을 영토적 의미에서의 골목이 아니라 관계적 의미를 가진 ‘극적인’ 장소로 만들었다.(웹진 100호에 ‘거리’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문탁에 사람들이 출근도장 찍듯이 오가면서 다른 삶에 대한 상상을 모아 문탁과 골목을 마주보는 곳에 마을공유지 파지사유가 생겨난 것은 이제 더 이상 우연이 아니게 됐다. 이렇게 생겨난 우리의 골목은 때때로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아니, 우리는 매번 새롭게 이 골목을 바라보고 새로운 쓰임새를 만들어내는 주체들이다. 이 골목이 그렇게 되어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자꾸 새로운 몸짓으로 마주하면서 골목이 그렇게 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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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준위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장터를 통해 이 골목의 모든 사람들(단지 이 골목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 오는 사람들과 우연히 오가는 사람들을 포함해서)을 마을사람으로 적극적인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뒷짐지고 어슬렁거리며 이 골목에 나와 이어가게에 새로 들어온 물건이 없나 살피기도 하고, 휴일 낮시간에 가족이 함께 파지사유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곳. 또 골목에서 마주보는 식당과 카센터 사람들이 일하면서 서로에게 관심어린 눈길을 주고받는 곳.(지난해 파지사유 1주년때 시도했던 ‘마을밥상’은 그래서 큰 의미가 있다) 나아가 자신의 삶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월든의 다양한 실험에 동참하는 사람들로 넘치는 곳, 살기 어렵지만 젊은 것만으로도 부러움을 사는 동네청년들이 모여드는 곳. 여기가 과연 그런 골목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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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무엇인가 이 골목에서 일을 벌여봐야 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골목에 대해 새로운 용법을 만들어내자고 제안하기로 했다. 마을작업장이 생긴 이래 매년 2월이나 3월에 ‘복회원’을 대상으로 하는 잔치인 <복회원의 날>을 진행해왔다. 그런데 해를 넘기면서 참여하는 복회원도 줄어드는데다 ‘복’이라는 마을화폐의 의미에만 지나치게 매몰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또 한 편에서는 이어가게 같은 상설이 아닌 이벤트성의 벼룩시장(‘언니들의 옷장’이라는, 젊은 감각의 의류를 나눔 하는 행사를 한 적이 있다)이나 ‘코트대전’같은 특정품목의 장터를 열어 나름대로의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그렇다면 복회원의 범주를 떠나서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잔치를 벌여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 몇 몇 그룹을 중심으로 한 벼룩시장에 대한 경험을 한 두 개씩은 가지고 있으니까 규모를 키운 중고장터를 생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것 같다. 지난 5월2일, 골준위를 중심으로, 고기교회에서 열린 ‘핸드메이드 시장’에 참여했던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운영상의 교훈을 남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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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중고장터에 대해 검색하자마자 골준위는 어려움에 부딪쳤다. 나눔장터, 중고장터, 벼룩시장, 플리마켓, 프리마켓 등, 크고작은 중고나눔의 이벤트가 쏟아졌다. 우리가 하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인가? 복회원의 날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복회원을 비롯한 문탁식구들에게 참여의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대한 일이다. 마을작업장과 파지사유에는 저마다 고유한 작업내용과 생산품들이 있다. 만약 장터를 연다면 그 생산물들도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일하는 사람도 기꺼이 수고로움을 낼 것이고, 또 한 사람의 구경꾼으로 참여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여는 장터는 중고물품이 순환되는 장소인 동시에 마을작업장 월든의 특이성을 보여주는 장소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이렇게 준비되는 시장은 문탁과 월든, 파지사유에 속하는 사람들의 그동안의 활동과 분리해서 개념지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문탁의 활동과 시장을 연결할까. 해답은 의외로 쉽게 나왔다. 밀양! 우리에게 밀양은 ‘탈핵’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게 한 힘의 원천이었고, 밀양은 물리적인 거리에도 불구하고 밀양에 봄이 오면 파종할 것을 고민하게 하고 주민들의 한숨소리를 지척에서 듣는 듯, 우리의 마음에 다가와 있다. 마침 파지사유에서 끊임없이 ‘탈핵운동’의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동아리 ‘녹색다방’이 있어, ‘탈핵’을 주제로 골목시장을 어떻게 꾸릴 수 있을지 함께 머리를 맞대었다. 원자력발전의 폐해를 주변에 알리고 대책 없는 원전마피아의 폭력을 고발하는 직접적인 방법도 있지만 장터의 흥을 식히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각 사업단과 소통하며 ‘탈핵’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내용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자누리 사업단의 ‘향초’와 봄날길쌈방의 ‘에코백’ ‘청바지 리폼 소품’, 담쟁이 베이커리의 오븐없이 만드는 ‘찐빵’, 전력이 전혀 필요없는 더치커피가 준비된 배경이다. 또 <밀양아리랑> 공동체 영화 상영, <탈핵퀴즈> 풀기 같은 적극적인 운동방식도 시장과 결합시킬 예정이다. 이 골목은 5월23일 <탈핵장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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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억하는 시장이란 모름지기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가 어울어진 한 바탕 신명나는 잔치, 그것이다. 골준위는 부족한대로 그런 ‘추억 속의 골목시장’을 여기에 만들어보자는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 기왕 대상을 확대하는 김에 ‘용인촛불’같은 외부 연대조직과도 함께 하는 게 어떨까, 이번에는 준비가 안되었지만 시작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잘되지 않을까하고 말을 꺼냈는데, 말이 씨가 된 것이다. 우리는 물품 대리판매 같은 단순한 형태의 참여를 생각했었는데 이우생활공동체와 함께 같은 날 두 군데에서 장터를 열게 된 것이다. 더구나 지역에서 연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우지역연대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장터를 중심으로 우리 마을을 돌아보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5월23일, 그 날은 이 골목의 <탈핵장터>로서의 특성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날인 동시에, 문탁사람들이, 또 이우생활공동체나 각 단체 사람들이 마을의 특정한 각 지점들을 돌아보고 마을을 알아가는 날이기도 하다.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지, 각자 어떤 느낌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골준위가 처음 의도한 것보다 훨씬 더 세게 우리를 ‘흔들어댈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뭐가 대수일까, 그냥 바람에 흔들리며 즐길 준비만 하면 된다.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