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장통신

(113호)텃밭 오형제의 5인 5색 영롱(한)일기?, 영농일기?

2015.07.01 08:45

텃밭 오형제 조회 수:859

[작업장통신] - 텃밭5형제의 영농일기

텃밭 오형제의 5인 5색 

영롱(한)일기?, 영농일기?





글 : 자누리, 여여, 건달바, 뿔옹, 게으르니









흙에 대한 페티쉬(?), 텃밭 | 뿔옹

결혼하고 처음 살았던 곳은 18층 아파트의 제일 꼭대기였다. 전세 난이 심했던 시기에(전세난이 없었던 시기는 언제였던가) 결혼 날짜에 맞추어 아무 생각 없이 집을 고른 결과였다. 정전이 되면 걸어올라가야 된다는 단점과 함께 나를 제일 힘들게 한 것은 집이 땅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결혼 전까지 오랫동안 논밭으로 둘러쌓인 주택에서 살았는데, 아파트 꼭대기층에서는 왠지 모르게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땅의 기운이 전해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이후부터 우리는 이사할 집을 고를 때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층수를 선택했다. 평생 할 운동을 선택했던 이유도 이와 비슷했다. 그 첫번째 조건이 바로 실내가 아닌 야외, 땅 위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어야 된다는 것과 한 두명만 모여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선택한 운동이 테니스였다. 테니스장도 하드코트, 케미컬 코트, 클레이코트가 있는데, 내가 주로 운동했던 곳은 당연하게 클레이코트였다. 모래와 마사토로 구성된 클레이에서 흙을 밟고 운동하는게 가장 좋았다.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도 비행기 멀미가 있는데, 이것 역시 땅과 너무 멀리 떨어져서 그런게 아닌까. 가족과의 여행이건 일때문이었건 10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먹지않고 착륙할 때까지 참는 것뿐이었다. --; 문탁에서 공부하면서부터는 파트너를 찾지 못해 거의 운동을 하지 않게 되었고, 운전하면서 왔다갔다 하다보니 걷는 시간도 거의 없었다. 자연스럽게 땅을 밟고 있는 시간도 거의 없었다. 생존에 대한 위협감이라고 할까. 땅을 밟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산책하기와 텃밭 가꾸기였다. 다시 말해 나에게 텃밭은 취미라기 보다는 절심함에 가깝다. 텃밭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에 시키는대로 하는 수준이지만 텃발에 갈 때마다 생기가 느껴진다. 잡초와 작물을 구분하는 것도 불가능한 수준이지만 그저 흙내음을 맡으면서 하는 활동 자체가 힘이 되고 있다. 더우기 내가 직접 심은 작물들이 하루 하루 자라는 모습은 자연의 정직함과 성실함을 매주마다 실감하게 한다. 텃밭 활동은 운동하는 것, 산책하는 것, 공부하는 것과는 다른 뭔가를 주는 것 같다. 일주일에 1, 2번 가서 하는 것이라곤 물 주고, 풀 뽑아주고, 지지대를 세우는 정도이지만, 흙을 만지면서 피곤해지는 육체는 책을 보다가 지치는 육체와는 다른 신체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텃밭 활동을 한 날은 잠도 잘 온다. ^^; 문탁에서의 공부는 공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부는 활동으로, 활동은 다시 공부로 연결된다. 문탁에 많은 활동들이 있지만 자신의 공부를 강하게 단련하고자 하는 사람은 텃밭으로 나오기를 초대하고 싶다. 우리의 공부가 변화를 만드는 것이라면, 텃밭은 살아있는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진짜 ‘현장’이 되기 때문이다. 텃밭은, 흙은 결코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알게 모르게 땅에, 흙에, 텃밭에 집착(?)하는 이유인것 같다. 오라, 텃밭으로!


나에게 텃밭이란 | 여여

동의보감 세미나를 하면서 혹은 불교공부를 하면서 혹은 문탁을 드나들면서 텃밭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어떤 우울감이 올라오면 시골에 가서 농사를 하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는다 해도 적지 않은 나이인데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자식이 있어 시골로 내려가는 데는 이삼년을 더 있어야 한다. 우선 조금씩이라도 농사짓는 일을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텃밭에 듬성듬성 가서 인지 3년째인데도 텃밭농사가 아직 낯설다. 봄이 되면 무엇을 심어야 할 지, 심은 것들은 언제 수확을 해야 할 지 잘 모른다. 김맨다는 것이 흙을 파서 부드럽게 섞어 주는 것인지 풀을 뽑아 주는 것인지 그것도 모르겠고 남들은 직접 지은 농작물을 자식 같다고 하는데 그런 감성도 나에게 아직이다. 그래도 호미질 하고 있으면 그때의 고요함이 좋다. 그때 불어주는 바람 한 점도 좋고 내 몸에서 나는 땀 냄새도 상쾌하다. 상추는 따도 따도 나온다. 풍성하다. 싱싱하고 부드러운 잎이 손에 닿는 촉감도 좋다. 감자를 캐면 땅속에서 주렁주렁 나오는 것이 신기하고 신통하고 흐믓하다. 먹을 것이 귀한 시절에는 고마움과 감사함이 절로 일겠다.

며칠 전 비온 다음날 김매기 좋을 것 같아 해 뜨기 전에 텃밭을 갔다. 옆의 밭 할머니께서 오시더니 우리 고추가 비실하다고 퇴비를 해 주라고 하신다. 하지가 지나면 감자를 캔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그럭저럭 하다보면 조금씩 익혀지겠지. 물 싣고 가는 일만 아니어도 걸어서 텃밭을 가면 더 좋을 것 같다. 지금 텃밭은 나에게 작은 일상이지만 몇 년 후에는 농사가 나의 삶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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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한 일기 자누리

7월 가뭄으로 농심이 타들어 간다고 난리다. 농사꾼이 아닌 내가 가뭄을 타는 마음으로 알리는 없고 오히려 느낌은 꽃으로 왔다. 푸성귀 트레비소가 문탁 식탁을 즐겁게 해 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키가 멀대같이 커서 일찌감치 꽃을 피워낸 것이다. 까암짝 놀랐다. 올해 퇴비가 적었는지 안 그래도 땅이 퍽퍽한데 비마저 만나기 어려우니 쩍쩍 갈라져 있다. 작물들은 그 척박함을 온몸으로 견뎌내며 그래도 할 일을 다 하겠다는 듯 빨리 빨리 꽃을 피어내었다. 열무나 얼가리는 모양새를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이미 억세졌다. 우리에게 유용한가로 보니 제 구실을 못한다고 하는 것이지, 작물들은 땅과 공기와 햇볕과 자기 나름의 공감을 하고 있는 것일 게다. 나는 그저 그들의 노고에 감탄하면 될 일이다. 땅에 지천으로 널려 작년보다 살터를 넓혀나간 뱀딸기는 또 어떤가. 원래 뱀딸기는 텁텁한 맛이 나서 사람들이 즐겨 먹지 않는다. 그런데 가뭄에 햇빛을 강렬히 받아내니 그 달콤함이 맛으로는 산딸기였다. 올 상반기 텃밭 농사는 이렇게 메마른 땅을 살아내는 푸성귀와 뱀딸기의 변이를 감탄하는 것으로 끝나고 있다.

남편이 광교산 한 자락에 텃밭 농사를 십여 년 지었지만, 고향의 풀과 나무들의 선명한 초록을 잊지 못하지만, 나는 농사를 그저 ‘귀농통문’으로만 접했었다. 우연 반, 선택 반으로 텃밭에 발걸음을 자주 하게 되면서 나는 오랜 농사꾼이었던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문탁에서는 텃밭을 왜 하냐고 타박하지는 않지만 앞서서 하려고 하는 이도 적다. 홈피 농사게시판이 텅텅 비어있는 게 원인인 듯한 착각도 들어 영롱일기로 채워보자고 맘먹었다. 농사작업장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텃밭을 시작할 때 우리는 자급자족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농사라는 포부를 가졌던 거 같다. ‘도시’ 공부 중에 경제폐쇄조치에도 굶어 죽기는커녕 도시에서 집집마다, 빈 땅마다 작물을 심었던 쿠바로부터 감명을 받았던 터였다. 그리고 그 포부와 감명을 ‘마음’이 몇 년 동안 지켜주었다. 지난 해에는 <정철수고>팀들이 플라톤을 공부하며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작심을 했었고, ‘시습’이 작심삼일을 막아주었다. 그러니...언제나 한 명만 제대로 있으면 되더라. 이제는 그마저도 못할지도 모르겠다. 한 명이 5명으로 늘어났지만 도시 인근에 빈 땅이 제대로 지켜질리 없다. 그 일대에 집을 짓는다는 소식에 우리는 내년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이다. ‘굿바이~’를 제대로 하려면 가을에 텃밭 발걸음을 자주 해야 할 것 같다.


나이롱 농사꾼의 일기 | 건달바

게으르니님과 눈 마주치면 텃밭에 가서 감자심고, 자누리님과 눈 마주치면 텃밭에 물 주러 가고……. 별 책임감 없이 밭에 드나들었지만 일단 밭에 발을 들이면 열심히 하는 나는야 후후 나이롱 농사꾼. 사실 농사꾼이라고 할 수 없는 구경꾼에 불과하다. 텃밭 뿐 아니라 풍경님과 의기투합하면 파지사유 데크에 화분들을 심었다가, 광합성이랑 맘이 맞아 몇몇 허브를 사와서 문탁 베란다에서 키웠다.

뭔가 정체는 불분명하지만 난 키우고 가꾸는 것을 좋아한다. 식물을 좋아한다. 물만 줘도 크고, 꽃이 피고, 열매까지 맺는... 그저 신기하달까? 어쩌면 땅이 신기한 것일 지도 모른다. 이런 나이롱 농사꾼에게도 신기하게도 신기한 일은 생겨난다.


에피소드 1. 음식물쓰레기가 밭에서 씨가 되고..

혼자 살면 조심한다고 하는데도 자꾸 음식을 버리게 된다. 물론 부주의도 있겠지만 적은 포장이 없는지라 사면 오래 저장하게 되는데 결국 쓰레기통행이다. 그때도 버리지 말아야지 하고 한살림에서 산 감자는 그러나 또 여지없이 파랗게 변하다 못해 싹이 자라나고 있었다. 봉지 째 한쪽에 치워놓고 버려야지 하고 자포자기하고 있었던 차였다. 게으르니님이 감자 심자고 그러다 싹이 나온 감자가 씨감자가 된다기에 득달같이 가지고 갔다. 여여, 게으르니, 나 이렇게 셋이서 감자 두 이랑을 심었다. 진짜 여기에서 감자가 나올까 싶었는데 어느덧 감자를 추수할 때가 되었다. 쓰레기의 연금술!


에피소드 2. 천덕꾸러기 돼지감자, 너의 변신은 무죄!

게으르니님은 자꾸 뭘 심잔다. 그날도 눈이 마주친 건지 그녀의 소환에 응하여 갔더니 방울토마토를 심자고 했다. 거의 돼지감자 밭이라고 해도 무방할 곳을 여여님과 난 한 시간이 넘도록 돼지감자를 파고 또 팠다. 겨우 토마토 모종 9그루를 심자고 그 고생을 한 것이다. 돼지감자는 당뇨에도 좋고 뭐 좋다는 게 많은데 우리에겐 뽑아내야할 잡초에 불가했다. 아이러니! 그런데 어제 귀농학교 학생이 말해줬는데 돼지감자 잎을 끓이면 자연 농약이 된단다. 어머, 이런 대단한 존재가 있나! 君子不器! 거의 공자가 말하는 군자가 아닌가 싶다. ㅋ


에피소드 3. 베란다 텃밭은 빵이 되고 차가 되었다.

실은 텃밭에 바질이랑, 참외 랑을 심었었다. 그러나 큰비에 쓸려갔는지 돼지감자의 어택에 기도 못 폈는지 싹이 난 흔적조차 찾기 힘들었다. 실망했지만 광합성이랑 베란다에서 키우자는 마음이 맞아 이번에는 모종을 사서 심기로 했다. 앗! 그런데 베란다는 쓰레기더미에 게다가 앞집 쥐똥나무에 송충이가 수천마리가 득실거리고... 으악! 징그러워! 아무리 벌레가 먹고 난 후 남은 것을 우리가 먹는다지만 이건 뭐 나무가 고사 직전인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물어서 해충이 극성이었나 보다. 베란다에 심은 바질은 잘 자라서 담쟁이 베이커리의 포카치아에 넣어서 몇몇 문탁 학인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자신들의 향기를 전달했고, 쵸코민트는 얼마 전 가지치기해서 잘 말려 누군가에게 민트차 선물이 되어 떠났다.


결국 먹거리가 되고 우리 몸이 되는 이 존재들을 난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나이롱 농사꾼이었지만 진정 사를 랑하는 , 농 사 꾼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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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님과 함께 2년차  | 게으르니

어쩌다가 텃밭지기가 되었을까? 2년 전엔가 주방에서 마음과 뭔가를 하다가 그 때 읽은 ‘녹색평론’에서 읽은 농사 관련 내용을 열심히 떠들었다(지금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 때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마음이 한 마디 했다. 텃밭 갑시다. 그 후 연말 워크샵에서 내년에는 텃밭지기 할래요, 그러고 2년차다. 오로지 ‘시다’를 자청했던 나를 버리고 마음이 떠났다.(건강상의 이유로) 정말 그때는 버림받은 느낌이었다. 그나마 여여님 붙잡고 지금은 양평으로 떠나신 동의보감 하러 오셨던 분 끼고 겨우 텃밭 첫 해를 보냈다.

올해는 여여님과 좀 더 부지런한 텃밭지기가 되자 다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굼뜨는 발길, 보다 못했을까 자누리님이 영롱한 농부가 되겠다 하시고, 식물 앞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건달바 케스팅하고 뭐든 하자면 우선 오케이하는 뿔옹까지 합류하니 그야말로 텃밭 오형제가 되었다. (텃밭 오형제는 웹진의 작명이지만 나는 만족스럽다 ㅋ)

텃밭 오형제는 한 번도 모인 적이 없다. 각자 일정이 있고 그 사이 사이 텃밭을 가기 때문이다. 나는 여여님과 시간을 맞춰서 함께 간다. 뿔옹은 가끔 따라나서고. 텃밭에 가면 여여님은 나와는 손길부터 다르다. 가져간 물을 다 주고 안 보여서 찾다보면 한참 떨어진 웅덩이에서 물 한 통 길어서 들고 오시는 중이다. 에고.... 나도 따라 나서서 물 뜨러 간다.

김매기는 또 어떤가, 나는 호미를 땅으로 내리꽂는 소리가 퍽퍽퍽. 여여님은 호미로 땅을 갈아주는 갈갈갈(나는 그렇게 들린다). 나는 힘으로 내리치니 금방 지치고 싫증이 나는데, 여여님은 작물 주변으로 긁는 듯이 김매기를 하신다. 그나마도 나는 잡초를 외면하는 편인데 여여님은 이걸 다 못 매줘서 어쩌나 안타까워하신다. 물 다 주고나면 나는 그만 가자고 재촉이고 여여님은 잡초가 눈에 밟혀 선뜻 일어서지 못하신다. 이런 것을 보면 나는 여전히 텃밭에 훈수도 못 두는 얼치기이고 여여님은 점점 텃밭과 연애 지수가 높아지는 아낙네이시다.

각자 마음이 쓰이는 대로 그렇게 텃밭을 돌보는 동안 여름 농사는 끝물이다. 가뭄을 이겨낸 하지 감자는 수확 철이 다 되었고 상추는 이미 꽃대가 무성하다. 그나마 남은 고추와 방울토마토는 지줏대까지 세워주었으니 익을 일만 남았다. 이제 돌아오는 가을에는 김장 농사를 해야 한다. 텃밭 오형제의 팀웍을 제대로 발휘하여 올해 문탁 김장 배추를 거뜬히 담당하는 일, 여름 끝물에 울력과 함께 텃밭 육형제... 칠형제로 불어나면 너끈하게 할 수 있겠지, 그쵸?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