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친소

(68호) 꿈틀이, 만물상 견학가다

2013.09.10 19:04

꿈틀이 조회 수:1912

[문탁공감] no.88 세미나투어


꿈틀이, 만물상 견학가다



글 : 꿈틀이




문탁에서 가장 많이 오고가는 이야기. “책 읽었어?” “아니” “발제 했어?” “아니” 발제와 후기쓰기만 없어도 문탁생활과 공부가 한결 수월할 텐데 하는 마음은 문탁인 모두가 하나가 되는 공통감각이지요. 그러고 보니 다른 세미나에선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모이는지 궁금해지네요. 그래서 옆집 세미나에 놀러가는 ‘세미나투어’ 시작합니다. ‘세미나투어’의 첫 번째 여정은 <마녀의 방>에서 <만물상> 놀러가기입니다. 두 번째 투어는 <마녀의 방>의 바통을 이어받은 <만물상>에서 출발하구요^^ <만물상>에서는 어떤 세미나로 놀러갈까 벌써부터 궁금하지만, 우선 <마녀의 방> 꿈틀이님의 견문록을 들어봅시다. 쉘위투어!! <웹진>








>>>수지로 이사 온 지 2년째, 나는 소소한 일상들에 젖어 하루하루 시간가는 대로 나를 맡겨두고 그렇게 지내고 있었던 것 같다. 집 안팎에서 나의 존재는 밥하는 사람, 애들 챙기는 사람, ‘누구맘’이라는 것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 현실에 점점 지겨워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던 찰나 우연히 경향신문에서 ‘문탁’을 알게 되었고 앞뒤 재어보지도 않고 문탁의 ‘문턱’을 슬그머니 넘어버렸다. 그게 지난 3월의 일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이것저것 따지고 고민했더라면 아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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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문탁에 왔을 때 받은 느낌은 한마디로 ‘이상하다’였다. 이름, 주민번호 등등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꿈틀이’라는 닉네임이면 ‘나’의 상징성은 다 통용되었다. '2000원 내고 점심을 먹고 가도 되고, 커피는 동전통에 300원 넣고 마시면 된다' 정도가 나에게 전달된 정보의 전부였다. 지금까지 내가 몸담아왔던, 그리고 잠시라도 스쳤던 조직이나 공동체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이 느낌은 잘은 모르겠지만 기다림(?) 또는 자율(!)로 표현하고 싶다. <마녀의 방>에서 인문학을 조금씩 공부하면서, 또 하루하루 문탁을 체득하면서 어느 날 나는 밥당번을 하고 있었고, ‘복’으로 화장품을 사고 있었으며, 새로운 세미나를 같이 만들어보자는 회의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새털님이 <만물상> 견학간다는 말에 또 같이 참여하게 되었으니……. 나의 이 빠른 적응력이 또 일을 만들고 말았다. 견학은 그냥 견학으로 그치는 게 아니었다. 『크랙 캐피탈리즘』이라는 책도 읽어 가야 하고 웹진에 글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어찌하랴…… 힘들지만 나의 성실함을 무기로 또 해봐야지!!



>>>월요일 오전 <만물상> 세미나에 참석하니 <마녀의 방> 멤버인 쿨님도 계시고 문탁이라는 공간에서 가끔 만나는 분들이라 다들 친근하게 느껴졌다. 『크랙 캐피탈리즘』은 정치철학쪽에 가까운 것인데 ‘균열’이라는 단어가 그 핵심이다. 자본주의에 균열을 내자. 그럼 그 균열을 내기 위해 하나의 의제를 가지고 조직화시켜 함께 칼자루를 들고 깨부수어야 되나? 물론 아니다. 『크랙 캐피탈리즘』에서는 대단히 혁명적인 것도 아니고 가시적인 것도 아닌, 소녀가 공원에서 책을 읽는 것도, 간호사가 열심히 환자를 돌보는 것도 균열일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집단적인 운동을 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과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균열은 그들과의 연속성의 선들을 강화하고 가시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선 미세한 균열들에 믿음을 갖고 함께하는 서로간의 존엄이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고, 이런 과정에서 '창조'라는 것으로 나아가는 길이 스스로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마녀의 방>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체도시를 구축하라』는 책이 떠올랐다. 이 책은 저자 이와소부로 코소의 경험적 이야기에서부터 도시 공간의 변용과 더불어 자본주의의 개입이 예술을 어떻게 변질시켰는지를 보여주는데, 저자는 젠트리피케이션과 예술제도가 예술의 본질을 잠식했다는 역사주의적인 진술과 동시에 제도라는 견고한 벽에 균열을 내고자 시도한다. 즉 주어진 제도와 공간 밖에서 행위적 작품활동-액티비즘에 주목한다. 액티비즘을 예술이라고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영역이 예술에 한정되지 않는, 하나의 창조적 공간을 열고 민중을 대변하고 있다면, 그것은 균열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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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견학을 다녀오고 균열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어릴 적 시골집에 있던 담쟁이 풀이 생각났다. 담쟁이는 작은 뿌리 하나를 틀면 여름 뙤약볕에도 아랑곳없이 자신의 영역을 계속 확장해 나간다. 소리없이 넝쿨을 만들며 그 안에 있는 두꺼운 벽에 서서히 균열을 내려한다. 무모한 콘크리트 벽과의 싸움 같지만 담쟁이들에겐 쉬지 않고 확장해나가는 끈질김이 있지 않은가?



>>>이렇게 문탁 입문하고 처음으로 다른 세미나에 참석해보니 내가 공부하고 있는 <마녀의 방>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오전 이른 시간인데도 세미나팀을 위해 핫케잌을 구워온 분도 계셨고, 세미나 시작 시간을 두고 서로에 대한 배려를 이야기하는 모습에선 <만물상>의 팀웍 내지는 살아있는 공론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견학을 간 사람으로서 약간의 불편함도 있었지만, 사소하게 넘길 수 있는 개인의 ‘서운함’에 대해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신선하기까지 했다. 우리 <마녀의 방>은 계속 신입 회원님들이 들어오는 것도 있지만, 아직 서먹하고 서로 조심하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니 말이다. 그리고 그날 다른 세미나팀에서 <만물상>으로 견학을 간 것이니만큼 나보단 <만물상>팀에서 좀더 힘들고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뒤늦게 해본다. 하지만 우리가 문탁이라는 큰 공간에서 서로 오고가며 만나고 공부도 계속 확장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면, ‘소풍’가듯 다른 세미나를 맛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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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견학에는 <마녀의 방> 튜터 새털님과 함께 갔다. 그래서 더 의미있고 값진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함께 무엇인가를 같이한다는 건 서로를 더 가깝게 해주기도 하고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일이니까…….

벌써 가을이다. 아침이면 느껴지는 쌀쌀함이 여름의 치열함을 씻어주는 듯 행복하기까지 하다. 문탁을 오가며 지나갔을 봄, 여름을 떠올리며 또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나의 마음도 새롭다. 그리고 우리 <마녀의 방>에도 손님들이 찾아오시길 기대해본다. 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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