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친소

(71호)사과나무와 토토로, 글 읽는 소리에 반하다

2013.10.28 06:12

사과나무, 토토로 조회 수:3323

[세미나투어 02]

사과나무와 토토로,

글 읽는 소리에 반하다

 

 

 

글 : 사과나무+토토로

 

 

 

 

 

 

 

세미나투어2는 <마녀의 방>의 바통을 이어받은 <만물상>팀입니다. <만물상>의 사과나무와 토토로가 일반세미나와 달리 강도 높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이문서당에 다녀왔습니다. 사과나무와 토토로의 이야기 들어보죠. 당분간 세미나책 어렵다는 말은 쏙 들어갈 것 같다는 하드트레이닝을 받고 온 듯^^(웹진팀)

 

 

>>>사과나무의 발견! 앎을 위해 자신을 연마해가는 자세

처음 다른 세미나팀을 방문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 주저했던 기억이 난다. 요즘 들어 글을 쓰려고 하면 세미나 발제는 물론이고 후기조차 글이 막히는 기분이 들어서 고민이 되던 차였다. 차라리 몸으로 때우고 마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말을 되뇌였지만, 이번 기회에 글이 막혀 답답해지는 기분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이런 마음 가득한 소심함을 뒤로 하고 토토로와 함께 10월 4일 금요일 오전 이문서당을 방문했다.

 

분당쪽으로 이사를 온 뒤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따라 문탁에 나와 세미나를 시작하게 된 나는 아직도 문탁이 그리 익숙한 공간은 아니다. 하지만 함께 공부하며 삶과 앎을 확장해나가는 문탁이라는 공간을 만나게 되어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 기분이다. 세미나를 하면서 혼자 책을 읽는 것과 함께 읽은 것을 나누는 것이 너무도 다른 차원의 공부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관점을 마주하게 되면 내 시야의 한계가 창공을 날아오르는 것만 같다. 또한 앎을 통해 알게 되고 관계를 맺게 되는 사람들의 진지함은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문탁 초심자로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낯설고 모르는 얼굴들이 많다. 이문서당에 와서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공부하시는 분들을 바라보니 여기도 새롭게 뵙는 분들이 더 많다. 세미나에 앞서서 한글이 한 자도 섞여있지 않은 복사본 맹자 교재를 받아들고는 당황스러웠다. 이문서당은 내가 하고 있는 만물상 세미나처럼 책을 읽고 발제와 토론을 하는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리 일회적인 방문이지만 그래도 이 수업을 따라갈 수가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건 기우였다. 고전의 향기는 깊이가 있어서 한 번 강의로 제대로 이해될 수는 없지만 나 같은 문외한도 언제 기회가 되면 이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사과나무01.jpg

이문서당은 1년 과정으로 진행되는 한문강독이다. 일반 세미나와는 달리 선생님이 강독수업을 진행하고 수업 전에 지난 시간에 공부한 내용을 복습하고, 당일 수업이 진행되고 난 뒤 다시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고 있었다. 오전 9시 반에 시작된 수업은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2시 반까지 이어졌다. 짧지 않은 시간이고 수업의 진행이 미리 예습과 복습을 해야 제대로 해낼 것 같아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1년을 한결같이 이런 과정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진다. 도대체 이 열정들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만물상에서 했던 세미나도 책내용이 어려울 때는 심지어 3번을 반복해서 읽어야 이해가 되었던 것을 갖고 어렵다며 하소연을 했던 것을 생각하니 내가 어리광을 부렸었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를 하려면 이정도의 열정과 노력을 해야 깨달을 수 있을 거라는 짐작과 함께 이문서당에서 공부하는 분들이 달리 보이게 되었다. 기꺼이 앎을 위해 자신을 연마해나가는 자세와 태도를 보게 된 것은 생각지 못한 발견이다!

아침 9시 반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을 복습하는 시간, 무엇보다 맹자를 읽어나가는 목소리들이 힘차다. 낭독을 통해 온 몸의 기운이 되살아나는 생동감이 교실에 넘쳐흐른다. 고전을 공부한다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옛사람의 음성이 내 안에서 내 목소리를 통해 다시 울려퍼지면서 내가 그 소리를 듣는 기분은 공부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한문강독을 통해 서당에서 배우듯이 공부를 하는 것은 단순히 해설서만 읽는 것과는 이해의 깊이와 차원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을 쓰면서 공부라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나를 알기 위해, 나를 둘러싼 세상과 우주를 알기 위해 그런 앎을 통해 나의 삶이 변화되는 공부를 지금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그것을 위해 기꺼이 애쓰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이문서당.jpg

 

 

 

>>>토토로, ‘고수들의 모임’에 가다

“이문서당으로 견학 가 주세요~”

만물상에서 같이 공부하고 있는 달팽이님으로부터 뜬금없이 부여받은 미션이다. 그즈음 제3공유지 오픈 준비 작업으로 누구보다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달팽이님이란 걸 뻔히 아는지라 거절하기도 미안스러웠지만, 은근 맘속으로 다른 세미나에선 무엇을 공부하나, 어떤 식으로 세미나가 진행될까 몹시도 궁금하던 차이기도 했었다. 문탁 세미나를 시작한지 이제 1년. 처음 몇 달은 일주일에 한번 마경(만물상의 옛이름) 세미나만 잠시 들리는, 그저 ‘손님’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의 존재로 지내곤 했는데도 이상하게 나는 점점 문탁이 좋았졌고, 더 알고 싶어졌다. 문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이 궁금해졌고, 특히나 다른 세미나에 대한 관심이 슬금슬금 올라와, 내가 참여하지도 않는 다른 세미나들의 게시판의 글들을 탐독하는 중이기도 했다.

그런 중에 이문서당이라니…… 나에게 이문서당은 마치 ‘고수들의 모임’, 혹은 ‘문탁 공부벌레들의 모임’이라는 생각으로 철저하게 각인된 곳이었다. 그 세미나를 당당히 엿볼 기회를 갖게 되어, 후기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은 잊어버린 채 설레기만 했다. 게다가 같이 탐방가게 된 사과나무님은 평소 큰언니 같아서 좋아라 했던 분이니 설렘, 기대, 호기심을 가득 품고 지난 번 세미나투어의 꿈틀이님말처럼 소풍가듯 이문서당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토토로.jpg

 

하지만 이문서당 공부가 시작되기 전에 바람님께서 준비해 주신 교재 프린트물을 받아 보는 순간, 흔히 말하는 ‘한글세대’인 내가 느낀 그 당혹감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 이건 이제껏 내가 읽은 책들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의 것’, 어디가 처음인지,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뭐라고 읽어야 할지 모를 한자들이 세로로, 세로로 나열되어 있는데 갑자기 머리는 하얘지고, 표정은 난감해져서 ‘괜히 왔다, 괜히 왔어. 쉽게 함부로 올 곳이 아니었어’ 라는 말만 맘속에서 맴돌 뿐이었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어떠한 핑계라도 대고 줄행랑을 치고 싶은 심정이면서 그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세미나실에 자릴 잡은 내 꼴이라니…….

그 뒤 세 시간의 공부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다. 분명한 건 한마디의 말도 놓치지 않으려 ‘초절정’ 집중모드로 앉아 있었다는 것, 심지어 나중에 복습이라도 해볼 요량으로 세 시간 넘는 분량을 핸드폰에 다 녹음해두었다는 것. 그리고 집에 와선 쭉~~~ 뻗어 버린 것! 그리고 공부란 무엇인가, 공부를 왜 하는가, 공부를 해서 무엇을 얻을까 하는 질문들이 마구마구 생겨났다는 것이다.

내가 본 이문서당의 공부는 빡세고 어려워보였지만, 그런 만큼 모두들 진지했고 서로 가르침과 배움을 주고받는 훈훈함을 갖고 있었다. 강독 시작 30분 전에 모여 지난 시간 공부한 것을 큰소리로 낭독하는데 그 소리 울림이 명랑하면서도 독특한 멜로디가 있어 아주 듣기 좋았다. 또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둥글게 둘러앉아 그날의 복습이 이뤄지는데 이때 놓쳤던 부분, 잘못 이해한 부분을 다시 확인하고 교정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오전 9시 반에 시작된 공부는 오후 2시 반에 끝이 났다. 시작부터 끝까지 꼿꼿이 앉아서 그 어려운 책을 읽는 진지한 열정이 부러웠고 박수쳐주고 싶었다. 아마 당분간은 만물상에서 읽는 책들 어렵다는 엄살은 내 입에서 쏙~ 들어갈 것 같다. 또한 공부에 대한 내 안의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거라는 것도. 역시 그때 줄행랑치지 않고 마치길 참 잘했다. 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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