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친소

(117호)‘주경야독’의 달인들을 소개합니다

2015.08.27 06:52

히말라야 조회 수:755

[세.친.소 01] - 일요인문학편

‘주경야독’달인들을 소개합니다




글 : 히말라야









웹진에서는 ‘다른 세미나에서는 누가 무슨 책을 읽고 어떻게 공부하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세미나 친구를 소개합니다’ (일명 세친소)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그 첫 번째로 모두 다 쉬는 일요일에 꿋꿋이 공부를 하고 있는 일요인문학 세미나팀을 소개합니다. 앞으로 웹진 독자 여러분들이 궁금한 세미나, 알리고 싶은 세미나가 있으면 웹진이 어디든지 찾아가겠습니다. (웹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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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일요일 오후, [평전읽기 시즌1]을 진행하고 있는 일요인문학 세미나팀을 찾아 집을 나서기가 무섭게 천둥 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창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는 문탁 세미나실에 들어서자 계속 되는 천둥 번개에 급기야 고기리의 우리 집에는 두꺼비집이 나갔다는 문자 메시지가 날아왔건만, 무더위와 습기에도 에어콘조차 틀지 않은 일요인문학 세미나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세미나는 회원들이 차례대로 미리 준비해 온 각자의 메모를 발표하고 다른 회원들과 함께 메모를 중심으로 의견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준비해 온 글을 더 잘 읽어주고 친구들의 글쓰기에 도움을 주기위해 각 주마다 한 명의 메모에 대해 집중적으로 글의 구조를 중심으로 서로 피드백을 해 준다. 일요인문학 세미나 회원들이 일요일에 세미나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날엔 [생업] 때문에 전혀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생업에 쫓기는 삶에서 휴일 날을 ‘휴식’으로 보내지 않고 ‘공부’로 채운다는 것은 분명 삶의 배치가 달라지는 일일 것이다. 어떤 식으로 그들은 ‘생업’에 쫓기는 삶의 배치를 바꾸고 있는 것일까.


‘시민건축가’라 불러다오~ 청량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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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읽기의 텍스트들이 맘에 들어서 일요인문학을 시작하게 되었다. 책은 주로 화장실에서 많이 읽는다. 원래부터 화장실에서 이것저것 많이 한다. 회사에서는 점심 먹고 주변 공원에 가서 걸어 다니면서 읽는다. 직원들이랑 커피 마시고 잡담하던 시간에 이젠 눈치 안보고 뻔뻔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공부를 하니깐 뻔뻔해 질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공부를 할수록 돈 버는 일보다는 좀 놀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나의 삶에서 덜어내기가 필요하다.”



‘의리파’ 그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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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일 때문에 항상 바쁘게 지내고 집에 오면 거의 밤10시~11시고 토요일에도 일하러 나가고 그러다 보니 사는 게 좀 공허했다. 밤늦게 집에 와서도 나 자신한테 뭔가 투자하고 싶어서 신문만 2종류를 읽었다. 경제신문과 자기 개발을 위해 잘 읽지도 못하는 영자신문을 읽다가 새벽 1시 정도에 지쳐서 잠들고 다시 새벽 같이 출근하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피곤하기만 하고 남는 게 별로 없었다. 그러던 중 아내가 문탁에서 세미나를 하는 모습이 좋아보여서 따라왔다. 월요일 날이 쉬는 날이라 어떤 수업을 신청해 봤는데 내가 별로 숫기가 없는데다 여성분들만 계시고 유일한 남자 회원이 되니 차마 못 나가겠더라. 그냥 포기하고 기다리다가 일요인문학을 만났다. 늦은 밤에 집에 돌아와 신문을 읽던 시간에 이젠 일요인문학의 텍스트들을 읽는다. 관심의 대상을 바꾼 것이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주역 선생님’ 다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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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안 읽었을 때는 TV를 봤다. 그런데 집에서 TV를 안보고 책을 봐도 다 못 읽어서 회사에서도 틈틈이 읽는다. 퇴근 시간 이후에도 집에 안가고 회사에 남아서 책을 읽는 날도 있다. 어쨌든 책은 그런 식으로 읽을 수 있는데, 메모를 한 페이지라도 쓰려면 쉽지 않아서 이 나이에 밤도 새고 그런다. 토요일 날 밤새고 일요일 날 세미나 올 때는 박카스 한 병 사먹고 온다. 평전 읽기 세미나에 들어와서 초기에 같이 공부하는 동학들이 발제를 하면서 많이 울었다. 이건 정말 자기를 많이 흔드는 세미나라는 것을 느꼈다.”



‘반성파’ 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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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 유치원을 중퇴하는 바람에 평일 날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서 일요인문학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한 밤중이 되어야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림자님과 달리 오히려 나는 이 세미나에 남자 분들이 많아서 왠지 불편하고 그게 제일 힘들었다. 분위기 파악이 잘 안되고 적응하는데 오래 걸렸다. 그동안 다른 세미나에서는 읽어도 이해가 잘 안 되는 책들을 주로 보다가 일요인문학에서 읽는 텍스트들은 읽기가 쉬운 반면에 마음은 더 많이 불편했다. 평전은 사람을 중심으로 읽게 되니까 생활에 더 밀접하고 삶을 더 많이 흔든다. 메모를 위해 글쓰기를 하면서 내 생각이 무엇인가에 대해 더 생각을 하게 된다.”



‘눈물주머니’ 초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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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시간이 길어서, 출퇴근길에 주로 읽는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보통 11시가 넘기 때문에 집에서는 전혀 책을 읽지 못한다. 출퇴근 시간에 평전텍스트를 읽다가 많이 울었다. 그래서 늘 손수건을 준비해 가지고 다닌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내가 울어도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쳐다보느라 아무도 주변사람을 신경 안 써서 괜찮다. 출근길에 책을 읽은 날이랑 안 읽은 날이랑 하루를 보내는 차이가 굉장히 크다. 아침에 책을 읽으면 뭔가 그 날은 도를 터득한 것 같은 안정감이 유지된다.”



‘거짓말 못하는’ 시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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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늦게 참여하게 되었고, 결석도 많이 해서 동학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민폐가 아닐까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그나마 이걸 안 읽으면 한 글자도 안 읽기 때문에 계속 하고 있다. 직장 갔다 오면 기진맥진해서 사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이 살아가고 있는데, 한 글자를 읽으면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하게 된다. 신영복 선생님이 라면을 끓이면서 달걀이 풀어지는 걸 보면서 흰자가 노른자를 에워싸는 걸 보고 감동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 나도 일상생활에서 그런 관심을 한 번 더 가지고 살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뭔가 일상에 대한 변화의 의지가 생겨난다.”


같은 웹진 팀임에도 일 년에 몇 번 못 만나는 청량리님, 작년에 함께 76.5 시위에 나간 뒤로 못 만났던 시습님, 자비로 방독면을 사다 나르신 열혈 녹색다방원 다인님, 같은 이어가게 매니저이지만 요일이 달라 만나기 힘든 향기님, 봄에 텃밭 울력에서 만나고 못 만났던 초록님까지 필자에게도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는 시간이 되어서 참 좋았다. 일상이 바빠 결석도 잦고 메모도 빼먹을 때가 많아 동학들에게 민폐가 될까봐 그만 둘까 고민하는 시습님에게 ‘안 오는 게 오히려 민폐야’라며 건네는 말들이 참 따뜻하다. 다른 날보다 더 길어진 세미나에 이어 불청객의 인터뷰에도 기꺼이 응해주고, 저녁밥까지 사주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일요인문학은, 정말 청량리의 표현처럼 ‘장수 세미나’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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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인문학의 [평전 시즌1] 세미나는 지금 계획했던 마지막 텍스트인 신영복의 담론에 접어들었다. 그간 시대에 반反하고 시대를 앞서 간 스승을 찾아서 무위당 장일순 선생을 시작으로 권정생, 이오덕, 윤구병, 채현국,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를 거쳐 시민과학자인 다카기 진자부로까지의 여정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중이다. 일요인문학 회원들은 평전을 읽으며 나와 다른 삶들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다음 시즌은 역시 ‘평전’이라는 이름이지만 기조는 유지하되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로 아나키스트들의 삶을 들여다 볼 계획을 하고 있다고. 다른 삶을 들여다보고 다른 삶을 꿈꾸고 다른 삶을 만들어가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진정 ‘주경야독’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이에게 일요인문학-평전을 추천한다. 한 페이지의 메모를 위해 밤을 새우고 박카스를 마시며 세미나 해 보지 않은 이여, 세미나를 위해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 말라!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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