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친소

(132호)문학이라는 거울로 삶을 바라봐요~

2016.04.07 05:39

히말라야 조회 수:690

[세친소 04] - 문학세미나

문학이라는 거울로 삶을 바라봐요~

- 문학세미나팀

 




글, 정리 : 히말라야













4월이 시작하는 첫날,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맞으며 문학 세미나팀을 인터뷰하러 찾아갔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세미나를 하고 있는 문학세미나 팀원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본다. 파지사유 창으로 봄빛에 역광으로 비친 그들의 실루엣에서 왠지 모를 스타일리쉬함이 느껴지는데, 왜 그러지? 문탁에서 보기 드문 긴 머리가 많아서일까? 아니면 봄빛이 그렇게 보이게 하는 건가? 나는 속으로 요딴 생각들을 하면서 스타일리쉬한 그들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문학세미나팀은 20151월 밀란쿤데라 읽기로부터 시작되었다. 철학세미나에서 니체를 함께 읽던 학인들이, 니체의 사상이 잘 녹아들어 있다고 평가받는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함께 읽은 것이 계기였다. 그 작품을 읽은 뒤 철학보다 문학을 더 읽어보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최초로 문학세미나를 알리는 공지게시판을 찾아보았다. 지난 시즌까지 문학세미나팀에서 함께 공부했던, 콩세알샘이 작성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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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종영된 <유나의 거리>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주인공 '유나'는 소매치기로 세상에 냉소적입니다. 그녀 곁에는 그녀를 사랑해주는 청년 '창만'이 있지만 그녀는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그런 그녀가 창만을 향한 마음을 여는 첫 대사가 '라면 스프 다 넣어? 반만 넣어?'입니다.

그녀의 주식은 라면입니다. 창만을 위해 라면 두 개를 끓이며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반만 넣어.'라는 창만의 대답에 살며시 미소 지으며 자기랑 식성이 같다고 좋아합니다. 그녀의 사랑은 '라면스프'입니다.

 

'밀란 쿤데라' 소개가 아니라 웬 드라마 이야기??

철학과 문학의 관계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사랑에 대해,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사랑은 무엇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 각자에게 사랑의 모습은 정말로 다양한 빛깔이자 방식입니다. 유나에게 마음의 문은 '라면'이었듯이 근대과학과 철학이 '세계'를 기술적이고 수학적 추상적 대상으로 축소했다면 소설은 삶의 구체적인 세계를 다시 우리 앞에 펼쳐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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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쿤데라의 사랑에서 시작된 문학세미나팀은 그동안 카프카와 까뮈를 거쳐 지금 네 번째 시즌으로 도스토예프스키를 함께 읽고 있다. 매 시즌마다 선정하는 문학가와 작품은 따로 정해놓은 원칙이나 방식 없이 그저 그 때 그때의 호기심과 흐름에 따라 이어지고 있다. 문학은 철학과 달리, 사람들이 살아가는 행위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어 삶에 대한 가능성을 다양하게 확장시켜준다. 또 상상해보지 못했던 미지의 세계를 통해 사람들로 하여금 기존에 가지고 있는 관념을 깨부수게 한다. 그래서 문학세미나가 이렇게 네 번째 시즌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문학작품 속의 스토리와 인물에 현대를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비춰보는 그네들이 문학세미나가 가진 매력을 말한다.


문학1.JPG

 

프리다

살아가면서 삶의 추하고 더러운 모습들은 자꾸 피하고 좋고 아름다운 모습만 보고 살려고 하는데, 문학작품 속에서는 싫어도 계속 추하고 더러운 모습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거기에서 불쾌한 감동을 느낀다. 마음은 불편하지만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출구가 되어준다.”

 

단지

철학공부를 하다보면 그래서 어쩌란 말이야라는 물음만 계속 생겨나고 답을 얻지 못하고 마는 경우가 많았다. 문학은 철학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인물에 몰입하다보면 그것을 나의 실생활에 적용하고 싶은 용기가 생겨나고 시도할 기회도 생긴다. 그래서 삶의 행동반경이나 폭이 변한다. 또 문학 속에서 내가 느낄 수는 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을 발견할 때의 묘미가 있다.”

 

기연

문학세미나 시작하고 백화점을 끊었다. 책을 읽고, 큰 소리로 낭독도 해보고, 발제를 하다 보니 갈 시간이 없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이 뭐 그렇게 재미있을까 싶었는데, 문학적 쾌락이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백화점 가는 것보다 문학세미나가 확실히 더 재밌다.”

 

은주

문학을 혼자 읽는 것보다 같이 읽음이 주는 즐거움이 크다. 같이 세미나 하는 학인들에 대한 책임감과 예의 때문에 나 자신에게 강제되는 것이 많다. 그렇게 같이 읽기 때문에 새롭게 알게 되는 게 더 많고 서로 이해하는 것을 공유하는 기쁨도 크다. 함께 모여서 서로의 육성을 들려주는 감동이랄까.”


 

라라

같은 문학작품을 읽고 만나는데 느끼는 게 다 다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서로 이해하는 것이 너무 달라서 어떨 땐 깜짝 놀라기도 한다. 서로 다른 점을 소통하면서 점점 안목이 넓어지고 있다.”

 

넝쿨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문학 새내기다. ^^ 사실 살아오면서 문학에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문득 게시판의 공지를 보다가 내가 이때 아니면 도스토예프스키를 언제 읽어 보겠나싶어서 함께하게 되었다. 그저 문학의 줄거리로 끝나지 않고 시대적 상황이나 작품의도를 함께 공부하다 보니, 점점 고급진독자가 되어가고 있어 뿌듯하다.”

 

가한

이번 시즌에 처음 합류하면서 들어보기만 했던 문탁이라는 공간에도 처음 오게 되었다. 다른 곳에서도 독서회를 하고 있는데 여기서 하는 세미나의 강도가 확실히 강하다. 한 명의 문학가를 몇 달에 걸쳐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일이 흔치 않고 발제방식도 다른 독서회와는 달리 만만치 않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반 동안 만나지만 얻어가는 수확이 엄청나다. 앞으로 지금 하고 있는 다른 곳의 독서회를 빠져나와 문탁에서 다른 공부들도 해볼 계획이다.”

 

1.jpg


스타일리쉬한 첫인상 때문에 이들은 죄다 문학소녀일 것만 같았는데 알고 보니, ‘본투비문학소녀였던 가한님부터 얼마 전에 백화점을 끊고문학의 재미를 알게 된 문학 새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팀이었다. 문탁에 처음 오셨다는 가한(加閑)님의 닉네임은 고교시절 문집에 쓴 글에서부터 써 온 필명이라고 한다. 가한님은 오래된 이 필명을 이제 새로운 이름으로 바꿀 때가 된 것 같다고 하신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과거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이기에 가한님에게는 지금이 스스로 과거의 자신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시점이라는 뜻이다. 앞으로 어떤 이름으로 변한 가한님을 문탁의 어떤 세미나에서 만날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름이 변한 뒤에도 알아볼 수 있어야 할 텐데...^^;;)

문학세미나팀의 새로운 시즌을 알리는 공지 글이 올라올 때마다 웹진의 수석기자라고 자칭하는 나라는 인간이 정말 문학작품을 안 읽은 지도 꽤 오래 되었구나를 뼈저리게 느끼곤 한다. 그래도 내가 문학세미나팀에 합류하지 않는 이유는 늘 “(재미있는) 문학까지 세미나로 (일처럼) 읽어야 되나?”였다. 그런데 오늘 문학세미나팀을 만나서 느낀 것은 문학도 세미나로 읽어야 더 잘 읽을 수 있겠구나다. 아아, 줸장! 그렇다면 나는, 문탁의 문학세미나를 계기로 다른 곳의 독서회를 그만둔다는 가한님처럼, 무엇을 때려치워야 문학세미나를 할 수 있을까?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동안에는 그걸 좀 생각해봐야겠다.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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